문채석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가 최근 베트남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공장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양사는 대만, 일본 등이 주도하는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베트남 생산 공장은 최근 FC-BGA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 베트남 생산 공장에 1조원 이상 투입한 결과다. AI가 탑재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IT 제품에 활용할 전망이다. 향후 서버·네트워크,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치)용 기판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늘릴 전망이다. 제품 양산이 시작된 만큼 고객사 확보도 이뤄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반기에는 AI용 FC-BGA 기판을 양산할 계획이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AI용 FC-BGA를 올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고 여러 고객과도 협의 중"이라며 "응용처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AI 관련 매출을 매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지난 2월 FC-BGA 양산을 시작했다. 경북 구미 공장에서 IT용 FC-BGA를 생산한다. 고객사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프로모션을 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3월 주주총회에서 FC-BGA와 관련해 "빠르면 올해 8월, 늦어도 10월 정도면 매출이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다. 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한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FC-BGA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은 2022년 80억달러(약 11조12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2조796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일본과 대만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비덴, 신코덴키(일본), 유니마이크론(대만)의 시장 지배력이 높다. 2022년 매출 기준 일본, 대만 기업 시장 점유율은 69%였다. 한국 기업은 10%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