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낙농 강국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농민들에게 '농업 탄소세'를 부과한다.
'농업 탄소세(Agri-Carbon Tax)'는 모든 농가에 대해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일명 '방귀세'다. 소에 세금을 물리면 '소 방귀세', 돼지에 물리면 '돼지 방귀세'로 불린다.
덴마크는 국토의 60%가 농지이고, 사람 수보다 돼지가 많을 정도로 양돈 산업이 발달해 돼지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FAO)는 2006년 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요인은 축산업이라고 밝혔다. 소나 돼지 등 가축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P)와 환경운동 단체인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MF)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제이비에스(JBS)와 마르프릭(Marfrig), 미국의 타이슨(Tyson), 뉴질랜드의 폰테라(Fonterra) 등 세계 15대 육가공·낙농업체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배출량의 80%가 넘었다. 세계 축산업 관련 배출량의 11.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셰팔리 샤르마 IATP 유럽지국장은 "정말 충격적"이라면서 "우리는 이들 몇 개 회사들이 그렇게 많은 가축을 기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관련 회사들의 통계 자료가 부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지만, 업체별 생산량, 지역별 가축 사육 실태 등에 관한 공개된 자료를 통해 메탄가스 배출량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IATP 등은 "이들 15개 회사들을 한 국가로 보면 10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면서 "이들 회사의 메탄가스 배출량은 엑손모빌, BP, 셸 등 석유회사들의 배출량을 초과한다"고 분석했다. 세계에는 15억마리의 소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소 한 마리가 발생시키는 메탄가스의 양은 하루 100~500ℓ로 자동차 한 대가 하루에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소나 돼지 등 가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자 일부 국가에서는 가축의 방귀에 세금을 물리거나, 사료에 탄소 발생을 줄이는 성분을 섞여 먹이기도 한다.
에스토니아는 2009년부터 소에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고, 뉴질랜드는 당초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농민들의 반대로 2030년으로 방귀세 도입 시기를 늦췄다. 미국 버몬트주의 15개 농장은 기존에 사료로 쓰던 옥수수 대신 콩과 작물인 알팔파, 아마씨를 소에게 사료로 줘 메탄가스 발생량을 이전보다 약 18% 감축했다. 프랑스의 한 낙농 기업은 건강보조식품 성분으로 쓰이는 ‘오메가3 지방산’을 소의 사료에 섞어 메탄 발생량을 줄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농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t당 300덴마크크로네(약 43달러)의 세금을 2030년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5년 후에는 세금이 t당 750덴마크크로네(약 107달러)로 인상될 전망이지만, 이 경우 정부는 더 높은 세금 공제 혜택을 약속했다.
덴마크 정부는 농업 탄소세를 통해 203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80만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덴마크의 탄소 중립 실현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덴마크 의회는 2019년 기후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0% 줄이고(1990년 대비),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농업 탄소세 이외에도 정부는 농업 분야의 탄소배출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덴마크크로네의 보조금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지난 2월부터 농업계, 식품업계, 자연 보호 단체, 덴마크 정부가 참여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들은 과세 모델을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