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삶의 마지막을 위한 '애도의 문장들'<2>

편집자주'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에서 시작한 질문은 과학과 철학, 인간이라는 종(種)과 문화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죽음이 내뿜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고든다. 괴테와 수전 손택 같은 당대의 지성들이 죽음 앞에서 보인 악착이 보여주듯, "죽음에 대한 지식은 죽음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경구가 일깨우듯, 죽음의 공포는 결국 '알 수 없음'에서 비롯한다. <애도의 문장들>은 병리학과 해부학 저편의 죽음을, 심리학과 사회학 너머의 애도를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나에게도 우연히 다가올 이 필연에, 무기력한 순응이 아닌 자유의지로 감응하는 법을 넌지시 일깨운다. 글자 수 1068자.

솔직히 죽음을 깊이 생각하다 보면 우울해지고 일상의 평온이 흔들리기도 한다. 죽음이 자신에게 닥친 절대적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사람은 크나큰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때, 사람은 새로운 시야를 얻고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에 쓰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문학으로 유명한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는 바로 죽음이다. 길가메시는 서기전 28세기경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르크를 지배한 전설의 왕으로, 이 서사시는 불멸을 찾아가는 그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했듯이 길가메시도 불멸의 길을 찾아 떠난 것인데, 계기는 벗 엔키두의 죽음이었다. 엔키두가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길가메시는 불사(不死)를 향해 먼 길을 떠났고, 그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비롯한 여러 신화와 전설에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이 이렇듯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길가메시 같은 영웅도 피하지 못한 운명의 무서움에 모두가 깊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멸의 운명에 괴로워하며 그것을 예술로 표현한 것은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절규>로 유명한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를 잃고 평생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그는 죽는 날까지 이 고통을 쉼 없이 화폭에 옮겼다. <절규>를 비롯해 <죽은 어머니> <불안> <저승에서, 자화상> 등 수많은 작품이 그 산물이다.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불안에 시달리는 자신의 모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괴로운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고나 할까.

20세기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모리스 센닥도 우울한 가정환경과 잦은 병치레로 어려서부터 죽음을 의식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이 죽을 때마다 그 모습을 그렸고, 시인 존 키츠의 데스마스크 같은 죽음 관련 물품들을 수집했다.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하면 흔히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을 승화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서해문집, 1만4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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