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서울대병원이 오는 17일 집단휴진을 결정한 가운데 강희경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증원 사태가 터진 다음에야 화물연대도 굉장히 억울한 부분이 있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문제와 2022년 말 화물연대 파업이 유사한 점이 있다고 본 것이다.
강 위원장은 12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사실 저희도 전공의들이 어떻게 하면 돌아올지 모르겠다"면서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들려면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결정권을 존중받는 사람이라고 느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분은 의사들이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의료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의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정부가 걱정되나보다 싶었다"며 "그런데 사직서 수리 처리 금지 명령은 직업 선택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억압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경력 5년 이상의 중간 간부들이 군을 떠나고 있다는 내용의 최근 보도를 언급하며 "이분들 사직서 수리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사만 중요한 직업인가. 이들은 의사보다 덜 중요한가"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의료는 특수한 면이 있어서 의사들은 내 환자가 병원에 있어도 집에 간다. 당직자에게 인계를 확실히 하고 가는 것"이라며 "전공의들도 교수에게 인계하고 갔으니 그들에게는 그 환자를 볼 의무가 없다. 환자를 떠난 게 아니라 병원, 직장을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광고의 '의사 선생님, 환자 곁으로 돌아오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나는 그날 당직이었는데 나는 뭐지? 나는 의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환자 곁을 떠난 의사라는 게 정말 가슴 아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집단 휴진이 응급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그는 "정규 외래와 정규 수술을 닫는다는 의미"라며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입원실 또 지금 치료를 꼭 받아야 하시는 분들, 치료를 미루실 수 없는 분들 이런 분들의 치료는 중단할 수 없다. 학생들 강의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의료계의 입장은 우리가 원하는 의료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데이터를 적용해 증원 규모를 논의·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한 숫자여야 하지 않겠나. 시설이 먼저 갖춰진 다음에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