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집으로 박쥐가 날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조금은 무서웠다." 해가 중천에 뜬 대낮에 아파트 창문에서 박쥐를 발견한 주민이 전한 말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는 11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소재 모 아파트 25층 홍하나(30) 씨 집 거실 창문에 사람 주먹 크기만 한 박쥐 두 마리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박쥐는 방충망에 막혀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홍 씨가 발견한 이후에도 2시간가량 창문 곳곳을 기어 다니다가 다시 날아갔다.
집주인 홍 씨는 “집으로 박쥐가 날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조금은 무서웠다”며 “창문을 닫은 채로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가 없어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해당 박쥐는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안주애기박쥐로 추정된다. 한국에는 약 23종의 박쥐가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주애기박쥐, 집박쥐, 관박쥐 등이 있다. 박쥐는 육식성, 식충성, 과일성, 흡혈성 등 먹이 종류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한국에는 식충성만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내 박쥐 구조 건수는 2021년 30건, 2022년 14건, 지난해 14건, 올해 현재까지 8건으로 집계됐다. 센터에 구조 신고가 들어온 박쥐 역시 다수가 안주애기박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날아가는 박쥐 [사진출처=연합뉴스]
경기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주택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원서식지를 아파트 창문 등에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박쥐는 이번 사례처럼 다시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고, 불편하다면 보호 장갑을 착용한 뒤 (창문 등에서) 떼어내 다른 곳으로 옮겨줘도 된다”고 말했다.
박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사용해 소통하고 먹이를 잡아먹는다. 안주애기박쥐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초음파를 쏜다고 알려졌다. 안주애기박쥐는 주로 방충망에서 발견되는데, 비행하다 잠시 휴식이 필요해 쉬는 것일 수 있으니 그냥 두는 게 좋다.
한편, 박쥐는 생태계 속 곤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림과 농작물이 해충의 피해를 입는 걸 막아 주고, 식물의 수분을 도와 과일을 맺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