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신세계건설이 지은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의 분양이 2년여 만에 끝났다. 2022년 146가구 중 121가구가 미분양되면서 신세계건설이 골치를 앓던 단지다. 그런데 분양 완판에도 400억원가량의 공사대금을 온전히 건지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사대금 채권이 후순위인데다, 할인분양 갈등이 소송으로 번진 상황이어서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이 대구 수성구 수성동 4가에 시공한 아파트 빌리브 헤리티지가 최근 146가구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구 입지에, 오랜만에 들어선 대형 평형이라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며 "분양가까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예상보다 빨리 남은 물량을 털어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신세계건설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이었다. 신세계건설은 대구에 지은 아파트들이 줄줄이 미분양되며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이곳도 초기 분양률이 17%에 그치면서 신세계건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준공 뒤에도 미분양 상태가 이어지자, 결국 지난해 11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공매(공개매각)로 넘어갔다. 하지만 공매도 외면받았다. 올해 2월 5차까지 입찰이 이어졌지만 단 2가구만 낙찰됐다. 남은 119가구는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미분양을 털어냈지만, 신세계건설은 웃지 못하고 있다.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받아야 하는데 채권순위가 후순위다. 금융약정에 따라 대주단(PF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먼저 원금을 회수하고 사업비까지 지급한 뒤, 남은 잔액에서 공사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신세계건설은 공사비 609억원 중 436억원을 받지 못했다.
시행사가 대주단에 빌린 돈은 1480억원으로 분양대금의 절반을 웃돈다. 여기에 수의계약 분양가가 최초 분양가 대비 3억~5억원(25~27%)가량 할인돼 당초 예상보다 분양대금이 줄었다. 할인분양에 기존 수분양자들이 반발, 시행사와 시행수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기존 수분양자들이 승소하면 분양대금 중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금융약정에 따라 금융비, 사업비 등이 지급되고 잔액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얼마를 회수할지) 정확한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 짓고 있는 다른 ‘빌리브’ 아파트들은 여전히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대구 달서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는 분양률이 31%, 북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는 24%에 그치고 있다.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됐는데 공사 미수금만 각각 732억원, 294억원이다. 빌리브 헤리티지를 제외해도 이 지역 공사 미수금이 1000억원이 넘는다. 공사 미수금은 도급받은 공사를 완료하거나 약속한 진행률에 도달한 후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음에 받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