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맞손 잡은 '신세계-CJ'…'반쿠팡 연대' 세력 확대

쓱닷컴·G마켓 배송, CJ대한통운 오네(O-NE)로
물류센터 CJ대한통운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전국 쿠세권' 계획 밝힌 쿠팡과 경쟁구도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전격적인 사업 제휴를 맺으면서 유통업계의 물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의 익일배송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쿠팡이 자체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서비스 권역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만큼, 유통업계의 물류 전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열고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제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사가 물류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그룹 간 협업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 플랫폼에 CJ대한통운의 익일배송 솔루션 '오네(O-NE)'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5일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서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왼쪽)와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이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우선 G마켓이 익일도착 보장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에 오네 서비스를 도입한다. G마켓은 빠르면 7월부터 CJ대한통운을 통해 익일도착 보장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오네 서비스 도입을 통해 G마켓 고객들의 익일배송 주문 가능 시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마일배송은 오후 8시까지 주문해야 다음 날 도착이 가능했는데, 오네 도입에 따라 앞으로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체 물류센터를 두고 익일·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SSG닷컴(쓱닷컴)도 CJ대한통운과 전방위 협력한다. 특히 쓱닷컴의 자체 물류센터인 김포 NEO(네오)센터 2곳과 광주 오포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양사는 쓱닷컴 물류센터의 운영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방안부터 물류센터를 포함한 자산 전체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물류센터가 아닌 이마트 점포에서 출발하는 쓱배송 물량 역시 CJ대한통운이 맡게 된다. 현재 쓱닷컴의 네오 물류센터에서는 수도권 권역을 위주로 직접 배송을 시행하고, 이외의 지역에서는 각 지역에 위치한 이마트 점포에서 배송이 진행됐다. 이마트 점포에서 출발하는 배송 물량 역시 CJ대한통운이 점차 맡을 예정이라는 게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양사는 물류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 등도 협의 중이다. 쓱닷컴은 CJ대한통운의 오네를 통해 아낀 물류비용을 그로서리(식재료) 강화에 사용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의 물류 물량을 소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미 전국 단위의 배송망을 갖춘 CJ대한통운과 신세계 계열 e커머스 업체들이 손을 잡으면서 유통업계 배송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기존 오후 8시까지 주문한 건에 대해서만 익일배송을 지원했는데, CJ대한통운의 오네 배송을 이용한다면 주문 가능 시간이 자정까지 늘어난다. CJ대한통운이 전국 단위의 택배 영업소와 허브 등 물류망을 갖춘 만큼,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과의 경쟁 구도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자체 물류를 활용하는 당일·새벽·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권으로 늘리기로 하면서다. 앞서 쿠팡은 2027년까지 전국 230여곳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도록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기준으로는 5000만명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인구감소지역까지도 로켓배송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CJ그룹은 각 계열사가 쿠팡과 잇따라 갈등을 빚으면서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의 선봉에 섰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2022년 말부터 햇반과 비비고 등 주요 상품들을 쿠팡에 납품하지 않고 있다. 대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11번가, 알리익스프레스 등 경쟁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해 7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체들의 쿠팡 납품을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없는 날'을 두고 쿠팡과 신경전을 벌였다.

유통경제부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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