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염 없는 얼굴이 어색한지 연신 턱을 손으로 쓸었다. 꽉 끼는 넥타이와 양복도 계속해서 매만졌다. 박 의원은 4년 전 금융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만 해도 수염과 조끼가 더 어울렸던 인물이다. 그는 "노조위원장인데 선생님이나 은행원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수염을 길렀다"며 "이제 국회의원이 됐으니 깔끔하게 다니려고 하는데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연한 계기로 금융권에 들어왔다. 1998년 8월 대학을 졸업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대학교 건물에는 기업의 채용공고가 붙어있지 않았다. 업종이나 회사를 가려 취업할 시기가 아니었다. 박 의원은 "몇 군데 면접도 보고 인턴 생활도 한 끝에 한국주택은행에 입사하게 됐다"며 "우연히 은행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1년 KB국민은행 노조 상임 간부가 되는 등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금융계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었다. 박 의원은 "경영진이 현장을 잘 모르면서 실무자 의견을 듣지 않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게 노조 전임 활동을 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도 최초로 시도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서울시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다만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박 의원은 "경영계에서는 경영권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생각했고 노동계는 전통적 투쟁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봤다"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되고 2017년 해외 주주 등을 만나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노동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등 입법 성과를 경험한 게 큰 자산이었다. 그는 "노동운동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계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집권 2년 동안 노조 탄압밖에 한 게 없다고 보고 있다"며 "윤 정권의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호 법안으로는 '주 4일제 근무 관련 법'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기본사회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주 4일제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주 5일제를 확대 시행하던 2003~2004년 때보다는 더 시간을 두고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예 주 4일제를 준비 안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업종 등에서 기간을 두고 주 4일제를 실험해봐야 한다"며 "국가가 미뤄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