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더 오르거나 내리거나…엇갈린 전망

OPEC+, 자발적 추가 감산 연장
동시에 감산 후 증산 시작 예고
증권가 "유가 급등락은 없지만 완만하게 움직일 것"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공급 정상화가 지연되고 미국의 비축유 재매입 기조가 여전하기에 유가가 하단을 지지하며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지난 회의 결과를 증산으로 해석해야 하며 원유 수요 둔화까지 겹쳐 점진적인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WTI원유선물(H)은 4일 종가 기준 지난 4월 고점 대비 14.11% 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WTI 가격은 지난 3일 하루에만 3% 넘게 급락하며 74.22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증가 우려에 최근 급락한 유가의 하반기 움직임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산업 수요, 산유국의 공급 정책, 미국 정부의 움직임 등을 꼽았다. 증권가에선 향후 유가가 급격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제한된 범위내에서 완만하게 상승할지, 아니면 하락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지난 2일 OPEC+는 정례 회의를 열고 일평균 200만 배럴의 공식 감산을 2025년 말까지 연장하되 이달 종료 예정이던 자발적 감산은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 결과는 기존 감산 시한의 연장일 뿐, 추가적인 감산 확대가 없으므로 유가 급등의 재료는 아니다"라며 "다만 이달까지 끝내기로 했던 자발적 감산의 연장으로 공급 정상화 시기가 연기됨에 따라 유가의 하단은 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분기까지는 유가의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기에 원유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 확대가 유효하다"며 "유가의 하방 압력 요인이 대두되는 시점은 원유 공급 정상화가 시작되는 4분기"라고 짚었다.

또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높은 것은 수요 감소보다는 미국 정부의 비축유 방출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이번 방출은 일회성일 뿐이며 미국은 전략비축유 재매입 기조를 유지하는 중"이라며 "여전히 하반기 글로벌 원유 공급 여건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WTI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최대 90달러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OPEC+가 자발적 감산을 연장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공급 압박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OPEC+ 회의 결과는 오는 10월부터 1년간 산유량 정책을 순차적인 증산으로 선회하는 것"이라며 "유가의 점진적 약세 전환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수요 둔화가 존재해 현재의 수요 전망치는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올해 4분기 이후로 2025년까지 글로벌 석유 공급은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OPEC+ 회의는 유가 상승과 하락에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존 공식 감산은 2025년 말까지 연장됐고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자발적 추가 감산이 3분기까지 연장된 점은 유가 상승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추가 감산이 연장된 뒤에는 증산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점, 아랍에미리트(UAE)가 추가 생산 쿼터를 받은 점 등은 유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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