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 효력정지… 실사격 어디서부터[양낙규의 Defence Club]

군사합의에 MDL 5km 내 사격 못해
스토리사격장 등 전방지역 실사격 개시

정부가 4일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했다. 이날부터 9·19 군사합의 효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우리 군도 북한의 적대행위에 상응하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4일 오후 태안 서방 해역에서 열린 해상기동훈련에 참여한 해군 2함대 을지문덕함(DDH-1, 오른쪽 첫 번째)을 비롯한 함정들이 대함사격을 하고 있다. 동·서·남해에 위치한 1·2·3 함대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날 훈련은 구축함, 호위함 등 함정 13척과 항공기 4대가 참여해 실사격, 전술기동 등 훈련을 진행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위력적인 심리전 도구로 꼽히는 대북 확성기 방송 역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재개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합의 파기 선언으로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를 통해 우리 군의 군사 대비 태세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에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다. 합의서에는 ▲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 설정 ▲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철수 ▲ 전방 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 남북 공동 6·25 전사자 유해 발굴 ▲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이후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나 DMZ 내 GP 시범철수, JSA 비무장, 육·해상 완충구역 등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항들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북한은 그간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도발을 지속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일방적으로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같은 달 우리 정부도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국방부는 9·19 합의가 파기되면서 육해공 적대행위 완충구역에서 실시할 실사격 훈련 일정을 세울 계획이다. 9·19 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되면 사실상 지상·해상의 적대행위 중지 구역(완충 구역)도 없어 전방 사격훈련장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육상에서의 실사격 훈련은 적대행위 완충구역인 군사분계선(MDL) 5km 내 사격장을 사용한다. 스토리사격장(경기도 파주시), 천미리 사격장(강원도 양구군), 적거리 사격장(경기도 연천군), 칠성 사격장(강원도 화천군), 송지호 사격장(고성 사격장ㆍ강원도 고성군) 등이다.

다양한 실사격도 가능해졌다. 동해안 송지호 사격장은 최대 사거리는 80㎞인 230㎜급 차기 다연장로켓(MLRS) 천무를 실사격훈련 할 수 있는 유일한 훈련장으로 손꼽힌다. 육군 8군단 소속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KH-179 견인포는 물론 해군의 76mm 함포를 사격할 수 있는 장소다. 군은 2016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기 위해서 송지호 사격장에서 실사격훈련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지호 사격장은 9.19 남북군사합의서로 사격 방향을 남쪽인 속초 이남 방향으로 틀어야 했다. 문제는 송지호 진지에서 30m 떨어진 곳에 10층 높이의 호텔이 자리 잡고 있어 실사격을 하지 못했다.

해상사격도 가능해졌다. 해병대 백령도ㆍ연평도 7개 중대는 그동안 군사합의로 인해 지상으로 이동해 사격훈련을 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달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사격한다. 해군 함정들은 함포 사격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비행금지구역에서도 아파치 헬기를 이용한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이 가능하다.

완충구역에서 실사격훈련을 진행한다면 북한은 이를 명분 삼아 ‘육해공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합참은 "도발 시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원칙에 따라 압도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부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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