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이인재 위원장은 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표결보다는 노사 합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익위원 신규 위촉 등으로 올해 심의 일정이 촉박하지만 국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밀도 있게 심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37번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합의로 결정된 것은 7번에 그쳤다"며 "가능하면 중요한 결정사항이 (표결이 아닌) 합의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27일(법정 심의기한)에 맞출 수 있게 최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겠다"면서도 "기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의를 심도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선을 다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2차 전원회의에서는 근로자의 실태생계비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 쟁점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을 표출했다.
특히 최임위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가 보고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결과가 갈등의 중심에 섰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는 전년대비 2% 오른 246만원으로 조사됐다.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살며 쓰는 돈만 한 달에 최소 246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월 환산액 206만740원으로 월평균 실태생계비보다 39만원 적다.
사용자 측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여기엔 월 소득 700∼800만원의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한 것이라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정책 대상인 최저임금 근로 계층의 생계비 수치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자 측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임위가 발간한 자료조차도 미혼의 단신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생계비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250만원이 넘어가고 있지만 복수의 가구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노동자가 많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비혼 단신근로자가 (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임금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회의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특고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없게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논의하자고 주장하지만, 경영계는 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류 전무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며 "케이스별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형태 근로자의 경우 필요성이 인정돼야 (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데 인정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와 법원"이라고 말했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선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등 심의 기초자료를 놓고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노사 양측에서 제기된다. 이를 포함해 최저임금 결정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심의 자료에 대해선 계속 문제 제기가 있었고 보완 논의도 있었지만, 현재 심의자료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자료"라며 "기존의 자료로 최선을 다해 심의하면서 문제 드러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결정방식과 관련해서도 "위원장 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지금 구조에서 원만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은 최저임금위원회 수준이 아니라 입법·제도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