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리 미디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신모씨가 최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지난 4월8일 항소심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식 재판이 열리기도 전이었다. 이후 신씨는 4월16, 23일, 5월2, 9, 17일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신씨는 1심 때도 재판부에 15번의 반성문을 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 측에 용서를 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4월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은 "지금까지 사과 한번 없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파렴치범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라며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신씨 측 변호사가 유족에게 합의를 제안해 왔다고 한다. 신씨는 항소심에서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피해자의 오빠 A씨는 카라큘라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측 합의 담당하는 변호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의하면 항소심에서 형량이 깎이긴 하겠다'는 물음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저희가 합의하는 조건이 '죄를 다 인정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신씨가) 다 인정했다"고 했다.
또 A씨는 "저희는 처음부터 (신씨가) 죄를 인정하면 합의할 의사가 있었다"며 "인정을 안 하니까 합의를 안 했던 거다. 시간도 지나가고 있고, 그래서 가족들과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다만 신씨는 도주 치사 사건과 별개로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되면 신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받더라도, 1심과 비슷한 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신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범행 후 태도, 재판에 임한 자세, 죄질 등을 종합하면 중형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신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약 넉 달 뒤에 사망했다. 사고 당시 신씨는 마약을 투여한 정황과 함께 신씨와 그의 지인들이 불법 조직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경찰은 신씨와 더불어 '람보르기니 남'의 자금 출처 및 범죄 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불법 리딩방과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원 99명을 검거했다. 이들 대부분은 20·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롤스로이스 약물 운전' 수사를 통해 약 56억원을 편취한 불법 리딩방 일당 38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람보르기니 흉기위협' 수사로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원 61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 중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송치했으며 나머지 인원들도 조만간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신씨의 자금 출처를 조사하던 중, 해외선물 투자를 대행해 주겠다며 불법 리딩방을 운영한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리딩방에서 투자자 101명을 유치한 뒤 투자금 등 명목으로 21억원을 수수했다. 또 전자거래 플랫폼을 해킹해 해외선물거래 손실금을 만회해 주겠다고 속여 3억4000만원을, 코인 위탁 판매를 미끼로 32억여 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자본시장법 위반·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또 경찰은 지난해 9월 주차 시비로 상대 운전자에게 흉기를 보여주며 협박한 람보르기니 운전자를 수사하면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적발해 운영자 등 61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2명을 구속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공범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로 검거할 예정이며 도박 공간을 개설한 피의자에 대해선 형법상 범죄집단으로 의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