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네이버웹툰이 20년 만에 미국 나스닥 상장 작업을 본격화했다. 일부 마니아가 즐기는 콘텐츠로 시작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지에 발을 들인 것이다. 상장을 통해 내세운 목표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다. IP 사업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과 맞붙겠다는 포부다.
네이버웹툰은 2004년 6월 네이버의 작은 서비스로 시작했다. 서브컬처 영역이던 웹툰을 메이저 산업으로 끌어올린 것은 ‘도전 만화’ 시스템이다. 2006년 도입한 도전 만화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쉽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도전 만화에서 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스타 작가를 배출했다. 도전 만화는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에선 ‘캔버스’, 일본에선 ‘인디즈’란 이름으로 이식됐다. 지금까지 발굴한 창작자는 전 세계 2400만명, 확보한 콘텐츠는 5500만개다. 웹툰 불모지였던 해외에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전 세계 IP를 빨아들인 것이다.
다양한 작품은 글로벌 팬덤의 기반이 됐다. 2014년 한국 인기 웹툰을 번역해 해외에 제공한 게 시작이었다. 모바일에 적합한 스크롤 형식으로 짧은 에피소드를 연재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파고들었다. 콘텐츠 창구를 넘어 커뮤니티 역할도 했다. 독자들은 댓글이나 작가 프로필 창에 피드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품 전개에 참여하면서 충성 이용자가 됐다.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 150개 국가에서 1억7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선 점유율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IP와 팬덤은 새로운 엔터 산업을 만들었다. 웹툰 IP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2차 창작물로 확대한 것. IP가 언어나 미디어 장벽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더 큰 수익을 창출했다. 대표적으로 야옹이 작가의 웹툰 ‘여신강림’은 10개 언어로 서비스돼 누적 페이지뷰가 64억회에 달한다.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에 방영됐고 애니메이션화를 앞두고 있다. IP의 힘으로 네이버웹툰 전문 창작자는 연간 평균 4만8000만달러(약 6600만원)를 벌고 상위 100명은 100만달러를(약 13억7000만원) 받는다.
네이버웹툰은 나스닥 상장으로 글로벌 성장 2기를 열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외에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시장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디즈니 같은 글로벌 IP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매출의 10% 미만인 IP 사업을 주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네이버웹툰 매출은 크게 ▲유료 콘텐츠 ▲광고 ▲IP 사업으로 나뉜다. 현재 전체 매출의 80.2%가 유료 콘텐츠에서 나오고 광고와 IP 사업이 각각 11.3%, 8.4%를 차지한다. 상장 후 확보한 자금은 IP 사업에 투자할 전망이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시장 기회로 ▲유료 콘텐츠 1300억달러 ▲광고 6800억달러▲ IP 사업 9000억달러로 제시했다. IP 사업 기회가 큰 만큼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경쟁사 역시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등 미디어 플랫폼이다. 2021년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고 영화를 찍는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기반도 갖췄다. 웹소설-웹툰-영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것이다.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웹툰엔터의 기업 가치는 최대 5조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웹툰 사업에선 1등 입지를 굳힌다. 유료 이용자나 현지 광고주를 확대해 연간 수억원을 버는 창작자층을 두텁게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애플, 아마존처럼 최근 웹툰 사업에 뛰어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증권신고서 서한에서 "이번 상장(IPO)은 지난 20년간 노력의 정점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며 "목표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