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최근 ‘서울대 N번방’, ‘마약 사건’ 등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텔레그램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 대다수는 텔레그램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국내 이용자 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서버는 수사 협조가 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대화 및 데이터를 찾아낸다.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용자가 삭제하더라도 휴대전화 기종, 포렌식 프로그램 등에 따라 복구가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의 니콜라이와 파벨 두로프 형제가 만든 메신저다. 텔레그램은 다른 메신저와 달리 보안성이 높고, 지금까지 각국에 수사 협조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비밀대화의 경우 이용자들의 기기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해 중간 서버에서 내용을 읽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텔레그램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에는 보조 메신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1년 4월 249만명에서 2024년 4월 기준 300만명으로 20.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 대다수는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범죄에 취약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4월 9~12일까지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1%(동의율)는 텔레그램의 보안 및 프라이버시 기능은 다른 메신저 대비 큰 강점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나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71.9%), 언론 보도로 인해 이미지가 좋지 않다(69.6%) 등 부정적 시선이 공존했다.
텔레그램 이용자에 대한 시선도 좋지 않았다. 주변에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왜 사용하는지를 물어볼 것 같다는 응답은 48.8%에 달했다. 텔레그램 이용자 이미지는 비밀이 많은(55.1%·중복응답), 수상한(37.1%), 신뢰할 수 없는(26.3%), 비윤리적인(23.5%), 비사회적인(1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텔레그램 규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조훈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텔레그램에 대한 사법적 대응'에 따르면 독일은 국내법 제정을 통해 텔레그램으로부터 아동학대·테러와 관련 수사 협조를 받고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그 기준이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 자체를 차단하려는 시도와 벌금 부과 등이 이뤄졌지만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았고 이용자 수는 늘어났다. 반면 2020년 인도 델리 고등법원은 저작권 침해 사건과 관련해 텔레그램 측에 피의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텔레그램은 휴대전화 번호, IP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일주일 만에 밀봉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 경우 텔레그램이 어떻게 협력하게 됐는지 내막은 알려지지 않는다.
조 교수는 “텔레그램 방과 채널을 기술적·물리적으로 폐쇄할 순 있지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것이다. 앱을 막는 것도 가능하지만 바로 제2, 3의 다른 것이 출시될 것”이라며 "독일·브라질의 방법이 타당한지 아니면 인도의 공개 명령이 적절한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