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랏빚 역대급…서방 대 중국 무역전쟁에 심화되나

올 1분기 글로벌 부채 315조달러
전년동기대비 2.6% 늘어 최고치
전례없는 신흥국 부채 폭증 부각
미국 고금리 통화기조 장기화 영향

보호무역 기조에 부채 상승세 전망

전 세계 나랏빚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여러 각국이 힘쓴 영향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굳어지고 있고 서방과 중국을 축으로 한 무역 전쟁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의 부채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 글로벌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부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6% 늘어난 315조1000억달러(약 43경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글로벌 부채 비율은 4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의 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105조40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3% 뛰었다. IIF는 “이들 신흥시장의 부채 규모는 10년 전 55조달러에 불과했었지만, 전례 없을 정도로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끈적이는(Sticky) 인플레이션’과 ‘킹달러’ 현상이 글로벌 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더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고 이는 달러 강세를 일으켜 신흥국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유럽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달러 랠리가 한 번 더 일어날 수 있다고 IIF는 분석했다. 이 경우 개발도상국의 정부 부채 부담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전체 315조달러 부채 중 약 3분의 2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차지했다. IIF는 특히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0%를 상회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6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IIF는 일본의 금융 기관이나 정부 부문에서 상당한 규모의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저 현상이 부채 급증과 역학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는 가계 부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유럽 대 중국을 축으로 한 무역 전쟁 조짐 등도 글로벌 부채 시장에 상당한 역풍이라고 IIF는 짚었다. 세계 무역 흐름은 보호주의 기조로 전환됐다.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 원자재 등 전 산업 부문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려 하고, 서방은 관세를 통해 중국 제품의 유입을 막고 자국 산업을 지키고자 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밸류체인이 제한돼 인플레이션이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돼 부채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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