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국내 4대 특급호텔 애플망고빙수 평균 가격이 10만원을 돌파했다. 수입 물량이 늘면서 망고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특급호텔은 해마다 망고빙수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비판이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호텔 업계에선 제주도에서 재배한 값비싼 애플망고를 활용하는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 오름세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8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엘호텔과 신라호텔, 웨스틴조선, 포시즌호텔 등 4대 특급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평균 11만750원이었다. 이들 호텔은 지난달부터 차례로 제주산 고급 애플망고를 사용한 빙수 판매를 개시했다.
이들 중 가장 높은 가격은 시그니엘 서울로, 올해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은 13만원으로 지난해(12만7000원)보다 2.4% 올렸다. 포시즌스호텔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만6000원에 빙수를 판매 중이다. 지난해 포시즌스호텔은 전년 대비 30% 넘게 가격을 올리면서 10만원 빙수 시대를 연 바 있다.
신라호텔도 올해 10만원을 돌파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을 9만8000원에 판매했지만 올해 4000원 인상했다. 웨스틴조선은 8만5000원으로 특급호텔 중 가장 저렴했지만, 올해 최고 인상률(8.97%)을 기록했다.
애플망고빙수는 제주신라호텔이 2008년 '로컬 식재료 발굴' 프로젝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제주농가가 생산한 애플망고는 고가인 데다, 인지도가 낮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빙수에 올려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의 맛은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신라호텔이 2011년 애플망고빙수를 메뉴에 추가했고, 이후 전국 특급호텔로 확산됐다.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2008년 제주신라호텔이 출시했을 당시 2만7000원에 불과했다. 이후 조금씩 가격 인상이 이뤄졌지만 2021년 6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스몰럭셔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수요가 급증했고,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
최근 망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매년 인상되는 빙수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망고 1개당 소매가격은 366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4913원)에 비해 25% 낮은 수준이다.
다만 호텔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특급호텔 빙수에서 사용하는 애플망고는 제주산으로 수입 망고와 가격 차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제주산 애플망고는 개당 1만원 수준으로 수입 망고와 가격 차가 크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빙수 재료인 애플망고는 구매팀 담당자가 직접 제주도 산지를 방문해 품질 및 당도 테스트를 거친다"며 "13Brix(브릭스) 이상의 고당이며 특유의 향이 진하게 풍기는 A급 애플망고만을 선별해 빙수 맛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망고 빙수가 관련 농가와 상생이란 애초 취지에서 비롯된 만큼 마진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장사"라면서 "최근에는 물가상승까지 겹쳐 납품가, 인건비 등 안 오른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