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의 교통사고 이후 행적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고 이후 김씨의 매니저가 거짓 자백해 수사에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가 사고 이후 추가로 술을 먹은 정황이 포착된데다 17시간이 지난 뒤 음주 측정을 함으로써 음주운전의 직접 증거인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게 됐다.
황근주 로엘 법무법인 변호사는 24일 YTN라디오에서 "사고 후에 소속사 대표, 직원 등과 가세해 허위 자백이나 블랙박스 메모리 파손 사태들이 줄줄이 이어졌다"며 "이만한 사건을 저지르고 콘서트를 그대로 강행한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를 너무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호중씨가 사고 이후에 추가로 술을 마셨다고 해서 사고나 도주 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며 "설령 추가로 술을 마신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더라도 사고 사실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고 이 경우에는 추가로 술을 마신 부분에 대한 것도 상당히 참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김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의 사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산 정황이 파악되면서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김씨의 행적을 두고 법망의 사각지대를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 20일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입법 건의하기도 했다.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년∼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형량은 음주측정 거부죄와 동일하다.
대검은 "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음주 측정 거부라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김호중 방지법'을 만들어도 김씨의 사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 규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갖지 못한다.
한편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당시 음주 수치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운전 이후 시간이 경과했을 때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체중을 등을 계산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