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물가 상승으로 인한 먹거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가격은 가축감염병 감소 영향으로 작년 보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 기상 여건이 양호해지면서 생육이 회복돼 가격 안정세를 보이는 농산물도 늘고 있다. 배추는 지난해보다 35%가량 가격이 내려갔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1~5월) 소(1+등급, 안심) 100g의 평균 가격은 1만3536원이다. 지난해 1~5월 평균 가격인 1만4094원보다 4.1%, 평년 가격 1만4507원보다 7% 낮다.
삼겹살 가격도 지난해보다 내려갔다. 돼지(삼겹살) 100g 가격은 2309원으로 2023년(1~5월) 2409원보다 4.3%, 평년 2362원보다는 2.3% 하락했다. 계란(특란 10구)의 올해 가격은 3360원으로 2023년(1~5월) 3648원, 평년 3659원보다 낮다.
축산물 가격이 안정적인 이유는 주요 가축전염병의 발생이 줄면서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달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지난 1월 2건 발생 이후 4개월여 만이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통계에 공개된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건수는 1분기에만 7건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1월 2건 발생 이후 추가 발생이 없었고, 구제역과 럼프스킨병도 발생하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봐도 축산물의 가격 안정세는 확연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지만 축산물은 0.3% 상승에 그쳤다.
농산물에선 배추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통계시스템(OASIS)과 보고서를 보면 21일 기준 배추(상) 10kg 가격은 5923원으로 전년동일(9122원) 대비 35.1% 하락했다. 시설 봄배추의 출하가 시작되면서 가격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대파(일반, 상) 1kg 가격도 1763원으로 전년(1840원) 동일대비 4.2% 하락했다.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올랐지만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며 가격이 안정되는 농산물도 늘고 있다. 대추형방울토마토(전월대비 -9%), 수박(-7%), 참외(-1%), 청양계풋고추(-61%), 파프리카(-30%), 애호박(-39%), 백다다기오이(-41%) 등이다. 이들 농산물은 주 생산지의 작황 부진으로 비싸졌지만, 이달 들어 출하지가 확대되고 기상 호전으로 생육이 회복되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앞서 과일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린 주범으로 꼽힌 바 있다. 4월 신선식품지수를 보면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올라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긴급 가격안정대책를 시행 중이다.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지원하는 한편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신선과일 수입량을 늘렸다. 수입 과일이 크게 늘면서 수요 분산 효과로 과일류 전반의 가격은 하락하는 모양새다. 무·양배추·대파 등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오른 농산물도 봄작형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금(金) 사과'로 대표되는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사과는 개화기 저온 피해가 없고 병해충 발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생육상황이 전년보다 양호하다. 배 역시 적절한 기상으로 인공수분 작업이 원활해 올해 생산은 평년 수준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원예농산물의 경우 기상 여건에 따른 작황 변동성이 만큼 기상 재해, 병해충 대응이 향후 가격관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