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잘알X파일]'스벅보다 최대 4배'…디카페인 커피의 '배신'

원두 추출 방식, 용량 따라 카페인 함량 달라
국내 디카페인 기준 국제 기준보다 느슨
카페인 민감하면 디카페인 하루 세잔 이상 안돼

편집자주[맛잘알 X파일]은 먹거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칩니다.

요즘 통 밤잠을 설치는 30대 직장인 정혜진씨는 3일째 '카페인 끊기' 중입니다. 습관처럼 하루 두 번 커피를 찾던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디카페인 커피'. 요즘은 예전과 달리 고가커피든 저가커피든 대부분 디카페인 선택이 가능하니, 카페인 끊기가 훨씬 쉬워졌죠.

일교차가 커 쌀쌀했던 어느 저녁, 정씨는 따뜻한 라테 한잔을 마시러 스타벅스를 찾았습니다. 스타벅스 디카페인 라테에는 에스프레소 원샷만 들어가기에, 조금 더 진하게 먹고 싶어 원샷을 추가했는데요. 라테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투샷이면 일반 커피와 카페인 함량이 비슷한 건 아닐까?"

카페인 끊기를 실천하는 정씨를 대신해 맛잘알이 브랜드별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을 조사했습니다. '(카페인 없는)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라니, 무슨 말일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디카페인 커피는 뜨거운 물이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카페인을 90% 이상(한국 기준) 제거한 원두로 제조하는 음료인데요. 그렇다보니 카페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랍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97% 이상 ) 유럽연합(99% 이상)보다 디카페인 기준이 느슨한 편이에요. 국내 커피 브랜드별로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다를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뜻이겠죠. 저마다의 카페인 제거 방식이나 총 용량, 에스프레소 샷 개수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요.

물론 브랜드별로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제각각이라고 해도 일반 커피의 10분의1에 불과하니, 보통 사람에겐 카페인 섭취에 따른 불면증, 심작박동 급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는답니다.

하지만 주변에 유달리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민감하지 않더라도 건강을 위해 최대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소비자를 위해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메가커피, 더벤티 등 다섯 곳에 물었습니다. 기본 사이즈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라테의 카페인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요.

그 결과 적게는 디카페인 커피 한잔당 카페인이 적게는 5mg 많게는 26mg 들어있더군요. 생각보다 큰 차이지요.

다섯개 브랜드 가운데 카페인 함유량이 가장 높았던 곳은 더벤티였습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라테에 각각 26mg의 카페인이 들어있네요. 아무래도 더벤티의 기본 사이즈인 벤티가 591㎖로 스타벅스 톨(355㎖), 투썸플레이스 레귤러(355㎖), 이디야커피 라지(532㎖)보다 용량이 많은 영향이 큰데요. 더벤티는 용량이 같은 메가커피와 비교해도 카페인이 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모두 에스프레소 투샷이 들어간다 해도 소량으로 나누어 여러 번 추출하느냐, 한 번에 추출하느냐 등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라테의 카페인 함유량이 다른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투샷, 라테에 원샷을 넣다 보니 차이가 있네요. 참고로 스타벅스 디카페인 라테의 카페인 함유량은 단 5mg으로 비교 대상 중 가장 적었답니다.

메가커피도 달랐는데요. 스타벅스와는 반대로 디카페인 라테의 카페인 함유량이 17mg으로, 아메리카노(11.4mg)보다 많았습니다. 두 커피 모두 에스프레소 투샷이 들어가는데 왜 다를까요. 메가커피 관계자는 "모두 투샷이 들어가지만 에스프레소 추출 시 원두 자체에 미세한 차이가 있는 데다 도징량, 분쇄도, 압력 등이 달라 완전히 같은 결과값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제조할 때마다 약간의 카페인 오차가 생긴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결과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라 해도 브랜드별로, 메뉴별로 명시하고 있는 카페인 양이 꽤 다른 걸 알게 됐습니다. 카페인에 극히 민감하거나 카페인을 경계하고 있다면 이 점을 기억해두세요. 알고 먹으면 더욱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장점이 고스란히 남아 최근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는 최근 6년 9개월 만에 디카페인 커피의 누적 판매량이 1억잔을 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디카페인 커피에는 장 건강에 좋은 항산화제가 풍부하면서도 카페인으로 유발되는 위장장애 없이 페놀 화합물을 섭취할 수 있어 더욱 이롭다고 합니다. 위산 분비도 자극하지 않고 간 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도 있네요.

다만 디카페인 커피도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카페인 민감자에게 하루 3잔 이상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통경제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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