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2'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과 동일하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은 2.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9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보고서에서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모두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받은 신용등급 Aa2는 무디스 평가 등급 중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은 프랑스,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등과 같은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무디스는 "다변화되고 경쟁력 있는 경제, 기민한 정책 대응, 강한 재정적 역량 등 긍정적 측면과 고령화, 생산성 둔화, 대북리스크 등 한국 경제의 도전적 측면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등급 결정 배경을 밝혔다.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경제는 반도체 호조, 설비투자 회복 등을 바탕으로 GDP 성장률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2.5%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수년간 생산성 둔화 등 영향으로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인 2% 내외의 성장률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무디스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미·중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한국의 지위는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한국의 혁신 역량과 경쟁력이 뒷받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잠재성장률 및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며,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정부의 정책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디스는 또 한국의 국가채무가 다른 선진국 대비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적 역량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재정부담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사회복지 분야 지출 증가 등을 지적했으나, 재정적자는 다른 Aa2등급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한국투자공사(KIC)와 사회보장기금 등의 상당한 수준의 재정적 자원이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등급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한국의 경제, 재정, 결제 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발표를 앞두고 무디스측과 수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신중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앗시 쉐스 무디스 최고신용책임자(CCO)가 만났고, 지난달 29일에는 화상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의 경제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등 무디스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