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쓴 여배우 출연시켜서…이란 유명감독, 태형·재산몰수·징역 8년 받아

모하마드 라술로프 징역 8년 형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 함께 선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의 유명 영화감독인 모하마드 라술로프가 촬영 중 여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는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라술로프 감독이 항소심에서 8년 징역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함께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인권 변호사인 바바크 파크니아가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024년 3월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투표소에서 한 직원이 전문가의회 선출을 위한 투표용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출처=AP /연합뉴스]

파크니아 변호사는 법원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로 공모한 사례"라면서 라술로프 감독을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는 가디언에 보낸 별도의 이메일에서 "라술로프 감독이 그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거나 히잡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라술로프 감독이 당국의 허락 없이 영화를 만든 혐의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영화 관계자들은 출국 금지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라술로프 감독은 올해 52세로 지난 202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데어 이즈 노 이블'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세계적 감독이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그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아 출국 금지해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 [사진출처=EPA 연합뉴스]

2017년에는 뇌물 상납을 거부하다 박해를 당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집념의 남자'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당시 이란 정부는 라슬로프 감독의 여권을 몰수했다고 알려졌다.

라술로프 감독은 지난 2010년 당국의 허가 없이 영화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6년 형을 선고받은 뒤 1년으로 감형받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당국의 출국금지와 영화 촬영 금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라술로프 감독은 2022년 7월 아바단 쇼핑몰 붕괴 사고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했다가 악명높은 에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건강이 악화해 지난해 2월 석방됐다.

이란 소셜미디어에도 폭력적인 도덕경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출처=마시 알리네자드 엑스]

앞서 이란에서는 지난 2022년 9월 중순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살)가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란 전역에 '히잡 강제 반대'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노동자, 대학생, 청소년들은 시위에 참여했고,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던지고 쿠르드족 페미니스트 구호인 "여성, 삶, 자유"를 외쳤다.

이후 이란 법원은 2022년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음악을 발표한 유명 래퍼 투마즈 살레히(33)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후에는 이란 내부에서 여성들에 대한 히잡 단속이 강화됐다. 이란 도덕 경찰은 이달 중순부터 페르시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누르' 캠페인에 따라 테헤란 등 여러 도시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도덕 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구타하고 체포해 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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