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 글로벌화 정책, 지속성이 중요하다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번 대책으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소프트웨어 수출 중소기업 폴라리스오피스를 방문해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회의실에 모인 10여명의 중소기업인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다. 2027년까지 내수 중소기업 1000곳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외교부 출신 첫 중기부 장관인 그는 한 달에 한 건씩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기부는 3월22일 각국에 나가 있는 외교공관에 중소벤처기업 전담 창구를 만들기로 외교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 달 뒤인 4월25일에는 오 장관이 국내에 회의차 들어온 재외공관장들을 롯데호텔에 초대해 조찬 모임을 열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협력을 당부했다.

오 장관은 지난 1월 취임시 외교부 관료가 중소기업을 알겠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외교관으로 36년간 재직한 전문성을 중기부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는 호평이 적지 않다. 중기부 고위관계자는 "수십년 간 상상도 해보지 못한 정책이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중요하다. 수출 중소·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은 전체 중소·벤처기업 평균의 17.2배에 달한다. 평균 직원 수는 5.1배다(중기부 집계).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선 오 장관의 글로벌화 정책이 얼마나 오래 갈까 갸우뚱하는 분위기도 있다. 새 장관이 오면 새로운 지원책을 쏟아내지만 장관이 퇴임하면 흐지부지됐던 경험 때문이다. 신규 지원방안을 도입한 뒤 정책 인지도를 조사할 때마다 중소기업인의 80~90%는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에서 친환경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인은 "지난해 중기부 지원으로 수출품 연구과제를 시작했는데 올해 예산이 끊어져 중단했다"고 말했다. 지원이 지속돼 수출품을 개발했다면 올해 오 장관의 글로벌화 혜택까지 받는 금상첨화가 됐을 텐데, 작년 정책이 없어지는 바람에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면 기업을 우왕좌왕하게만 만든다. 오 장관의 중소기업 글로벌화 정책도 1회성이 아니라 그가 퇴임한 뒤까지 지속되도록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바란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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