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2032년 19%로 10년 전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주요국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10㎚(1㎚=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에 점유율을 크게 빼앗길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22년 17%에서 2032년 19%로 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이 치열하게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32년까지 10년간 생산 비중을 가장 큰 폭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점유율은 2022년 10%에서 2032년 14%로 4%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이 견제하고 있는 중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21%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줄어 2032년에 15%와 17%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은 10년간 8%로 동일한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결과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대적인 반도체 지원 정책이 성과를 거둬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미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비롯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 대규모 지원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유도했다. 특히 10㎚ 이하의 첨단 반도체가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량 생산된다는 점을 우려해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보에 힘을 쏟았다.
보고서는 반도체 품목에 따른 국가별 생산 비중에서 10㎚ 이하 로직 반도체 생산 비중의 미국 확대를 전망했다. 한국이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대폭 줄어드는 동안 미국의 생산 비중은 0%에서 28%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봤다. 2022년에는 동아시아(대만 69%·한국 31%)에서 사실상 모든 첨단 반도체 생산이 이뤄졌지만, 2032년에는 미국의 비중이 대만에 이어 2위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10㎚ 이하 로직 반도체의 경우 현재는 생산이 전무한 유럽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도 2032년에는 일정 수준의 생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IA는 "2022년에는 한국과 대만이 첨단반도체 제조를 100% 담당했지만, 2032년에는 40% 이상이 동아시아 외 지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도 2022년 기준 지난 10년간 11% 증가했으나 미래 10년인 2032년까지는 203%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 역시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10년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은 129%로 전망했다. 주요 국가 중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 곳은 중국이 유일했다. 중국의 경우 2012~2022년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 폭이 365%로 매우 높았으나 2022~2032년 86%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생산 비중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의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2년 52%에서 2032년 57%, 낸드플래시는 30%에서 42%로 확대 전망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10㎚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제외하고 10~22㎚ 로직 반도체는 한국의 비중이 10년 새 4%에서 6%로, 28㎚ 이상의 로직 반도체는 5%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2021년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로직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4500억달러를 투자하는 K-벨트 반도체 전략을 공개했다"며 한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가 2047년까지 471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업계가 그 시점까지 16개의 신공장을 짓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