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재계로부터 맹렬한 소송 세례를 받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계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늘어난 각종 민간 부문 규제가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에 규제 당국에 최소 22건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바마 1기 행정부(15건)와 트럼프 행정부(3건) 시절 소송 건수와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수준이다. 오바마 2기 집권 이후 10여년간 단 한 번도 행정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인 적 없던 미국은행협회(ABA)도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4건을 제소한 상태다.
이 미국 재계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민간 부문 규제 철폐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신용카드의 연체료 상한을 8달러로 제한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당시 규제당국은 코로나 이후 고금리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의 채무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계는 신용카드사의 연체료 책정을 강제하는 것은 규제당국의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연체료를 마음 편히 지불하고 신용 점수가 손상되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규제당국의 권한 남용 논란은 최근에도 불거졌다. 지난 24일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근로자의 동종업계 이직이나 창업을 가로막는 근로계약(비경쟁 계약)을 철폐하면서 미 상공회의소의 소송에 직면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비경쟁 금지 조치의 경제,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를 결정할 주체는 FTC가 아닌 의회"라며 "회사 내부 기밀과 독점 정보를 보호하려면 경쟁 금지 계약이 필수적"이라고 규탄했다. FTC는 기업들이 비경쟁 계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비밀 누설 금지 계약과 같은 별도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규제당국의 움직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과 정치적 노림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인하의 경우 약 4500만명의 미국인이 연간 220달러를 절약하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지지부진한 저소득층 유권자 표심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을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닐 브래들리 미 상공회의소 수석 부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올해 최종 확정될 규정만 1000개에 달하고 그중 200개 이상의 규정이 연간 2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며 "규제 당국의 권위적 선례에는 따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롭 니콜스 ABA 최고경영자(CEO)는 "규제당국이 자신들의 권한을 벗어나는 규칙을 제정하면서도 은행 및 기타 이해관계자의 건설적인 피드백을 무시한다면 소송을 제기하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키쿠카와 백악관 대변인은 CNBC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규제기관들이 자신들의 권한 내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러한 규칙들은 임금을 인상하고, 비용을 낮추고, 생명을 구하고, 보다 공정한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미국 근로자와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변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