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동영상 플랫폼(OTT)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SNL 코리아 시즌 5에 게스트로 출연해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연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OTT는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아 흡연 장면이 규제 대상은 아니다. 다만 일각에선 OTT가 공중파 못지않은 파급력을 갖고 있기에 기안84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27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 5 9화 기안 84편 '사랑해 스튜디오' 코너에서 나왔다. 이 코너는 1990년대 인기 프로그램 ‘사랑의 스튜디오’를 패러디한 것이다. 기안84는 여기에서 결혼할 여성을 찾고 싶어 하는 만화가를 연기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은 자신의 나이를 한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제가 나이가 많아서, 이번에는 꼭 (장가) 가야 하는데… 어머니도 걱정이 많으세요"라고 말한 뒤 돌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실제로 불을 붙이더니 이를 물고 한번 뻐끔거렸다.
이 모습은 그대로 송출됐고, 주변 출연진들은 깜짝 놀란 듯 기안84를 말리기 시작했다. 권혁수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급하게 말렸고, 정상훈은 "쟤 진짜 불붙였어. 아, 담배 냄새"라며 당황해했다. 기안84는 "90년대인데…. 90년대 초반 (콘셉트)니까"라고 답했다. 이후 권혁수가 상황을 수습하며 "본인 긴장을 풀기 위해 우리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비슷한 상황은 코너가 끝날 때쯤 한 번 더 연출됐다. 짝을 만나지 못한 기안84가 속상한 듯 다시 담배를 꺼내 문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실제로 불을 붙였고, 촬영장 내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출연진은 재차 기안84에게 달려가 이를 말렸다. 이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은 '유료 OTT 채널인 데다, 애당초 시청 대상 연령이 19세 이상인데 뭐가 문제냐", "술은 되고 담배는 안 되냐", "그저 코미디의 한 요소일 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과거 방송 콘셉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인될 수준이고 유쾌했다는 반응이 있지만, 방송 촬영 중 공공연히 실내 흡연을 한 행동은 지나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담배 묘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실내 흡연은 엄연히 불법인데 여기에서 불을 붙였다는 게 문제" 등의 의견을 남겼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 제16호는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 건축물의 경우 시설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연 구역에서 실내 흡연을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로 작년 9월 보이 그룹 엑소 디오(도경수)가 대기실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포착돼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편 OTT 프로그램에서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건 규제 대상은 아니다. 방송법 적용을 받는 공중파 프로그램과 달리, OTT 프로그램은 규제받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 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에 따라 공중파 등에서 송출하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에선 음주나 흡연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OTT 프로그램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법은 유해 사이트나 불법 정보 유통을 금지하면서 음주나 흡연 장면에 대해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OTT 프로그램에서는 흡연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작년에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분석 결과, 국내외 OTT 서비스 7개 사의 인기 순위 상위 드라마 작품 14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87.5%인 12편에서 담배 제품과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