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전설의 안무가 노이마이어 '발레 무용수, 살아있는 감정의 형체 돼야'

국립발레단 다음달 1~5일 '인어공주' 초연
"동화 원작으로 회귀…디즈니 영화와 달라"

"내 작품의 주요 철학은 발레를 인간화하는 것이다. 즉 무용수가 살아있는 감정의 형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제200회 정기공연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5월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인어공주를 국내 초연한다.

인어공주는 덴마크 동화 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5년, 덴마크 왕립발레단의 의뢰로 노이마이어가 안무해 그해 4월15일 초연한 현대발레 작품이다.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노이마이어는 자신의 인어공주에 대해 "안데르센의 원작으로 회귀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따라서 디즈니가 만들었던 인어 공주와는 굉장히 다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인어공주가 인간이 돼 사랑하는 왕자와 해피엔딩을 맞지만 원작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어공주 원작에서는 인어가 자신의 꼬리를 되찾을 기회를 얻는다. 바다마녀가 만약 인어공주가 왕자를 죽이면 다시 꼬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인어공주는 다시 인어가 될 수 없지만 신의 자비로 공기의 정령이 돼 계속 공기를 정화해야 하는 과업을 맡아 결말을 맞는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자전적인 삶의 이야기이도 하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센이 에드워드라는 이름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에드워드가 나중에 한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안데르센은 시련을 겪고 이를 투영해 인어공주 이야기를 썼다."

요컨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인어공주가 사랑을 이뤄 행복한 결말을 맞지만, 안데르센 원작 동화의 주제는 금지된 사랑 혹은 어려운 사랑이라고 노이마이어는 강조했다.

노이마이너는 많은 발레 작품의 주제가 사랑인데 인어공주의 주제는 굉장히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존재인 인어가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길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갈망의 원인은 사랑이다. 인어공주는 자신의 세상을 벗어나 희생과 고통을 선택하는데 그 희생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원인이 바로 사랑이다."

노이마이어는 1939년 미국 밀워키 태생으로 어렸을 때 밀워키와 시카고에서 발레를 배웠다. 마켓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발레를 공부했다. 1963년 전설적인 안무가 존 크랑코(1927~1973)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고 1969년 프랑크푸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등을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해 성공을 거뒀다. 1973년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해 지금까지 50년 넘게 예술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1992년에는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일컬어지는 브누아 라 당스 상 안무가 부문을 수상했다.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왼쪽)과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의 인연도 깊다. 강수진 단장은 노이마이어의 대표작 '카멜리아 레이디'의 주역을 맡아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무용수 부문 브누아 라 당스상을 받았다.

노이마이어는 강 단장이 카멜리아 레이디를 연기할 당시 역할을 굉장히 훌륭하게 해석했다고 평했다. "주인공의 감정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할 뿐 아니라 그것을 발전시키고자 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돋보였다. 원작 무용수가 만들었던 역할과는 사뭇 다른 역할로 바꾸고 진화시켜서 (강 단장에게서)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다."

노이마이어는 내년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한 도시에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할 줄 몰랐다"며 "그 모든 기간이 편안하거나 쉽지는 않았고 계속되는 투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8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내 창의력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여전히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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