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으려다 새 죽인다…'끈끈이 대신 포획틀 권장'

충남센터, 끈끈이 피해 동물 190마리 구조
작은 새 더 치명적…구조동물 42.6%만 방생

쥐를 잡으려 놓아둔 끈끈이에 애먼 야생동물이 걸려 피해를 보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21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2011~2023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끈끈이 피해 야생동물은 190마리다.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한 식당 주변에 설치된 끈끈이에 접착된 박새들의 모습 [사진=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피해 동물 가운데 109마리(57.4%)는 치료를 받다 죽었거나 아직 치료 중이고, 나머지 81마리(42.6%)만 자연으로 돌아갔다.

피해 동물은 황조롱이가 45마리(23.7%)로 가장 많았다. 끈끈이에 걸린 소형 포유류와 조류를 사냥하려다 2차 사고를 당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참새 39마리(20.5%), 제비와 박새 각 13마리(6.8%), 딱새 9마리(4.7%), 수리부엉이와 누룩뱀 각 4마리(2.1%), 족제비 3마리(1.6%) 순이었다.

몸집이 작은 조류는 끈끈이에 특히 취약하다.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끈끈이 독성이 피부나 점막을 자극하고 오염된 깃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호흡이 가빠지며 죽기도 한다.

계절별로 쥐와 해충을 잡기 위해 끈끈이 설치를 늘리는 여름에 피해가 113건(59.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봄 41건(21.6%), 가을과 겨울이 각 18건(9.5%) 순이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끈끈이 피해가 규모 면에서는 다른 사고 유형보다 적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재활관리사는 "쥐와 해충을 차단하려면 끈끈이를 야외보다는 실내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더구나 끈끈이를 야외에 놓으면 제3의 야생동물까지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과 처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끈끈이보다는 포획 틀을 설치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슈&트렌드팀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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