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 업체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것에 대해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기업결합(M&A) 심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EU라는 큰 산은 넘을 수 있게 됐지만, MS에 대한 주요국들의 규제 조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MS가 오픈AI에 13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파트너십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정식 조사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한 막대한 투자로 세계적인 AI 붐의 가져다줄 잠재이익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다. 생성형 AI 개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필수적이다. MS가 오픈AI 투자를 통해 장기 고객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MS가 갖고 있는 오픈AI 지분은 49%다. 이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반(反)독점법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EU 집행위는 지난 1월 “오픈AI에 대한 MS의 투자를 EU 기업결합 규정에 근거해 재검토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며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U 집행위가 검토한 결과, MS와 오픈AI 간 파트너십이 MS의 인수에 해당하지 않고 오픈AI의 경영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MS는 막대한 투자에도 오픈AI 이사회 자리는 차지하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 간 지속적인 지배력 변화가 있었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MS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이 각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AI 혁신과 경쟁을 촉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MS는 EU의 규제 칼끝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반독점 관련 여러 당국의 조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영국 경쟁시장청(CMA)과 미국 법무부 및 연방거래위원회(FTC)도 MS와 오픈AI의 파트너십에 대해 공정 시장을 저해하는지 여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또 MS가 올해 초 프랑스계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에 대해 1600만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겠다고 밝힌 가운데 EU 집행위는 “반독점 위반 가능성에 대한 예비조사에 나겠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각종 규제당국의 조사가 이뤄진다면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거대 업체의 투자를 중단하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