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앞두고 갑자기 양보…중국 마라톤, 승부조작 맞았다

케냐 선수 "고용됐다" 실토…페이스메이커 역할
허제 국가 기록 경신 목표했으나 달성은 못 해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 허제의 우승을 위해 다른 선수들이 양보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가운데 케냐 선수가 "우리는 고용된 사람들"이라고 실토했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목표 지점을 1분 정도 앞두고, 에티오피아 선수가 중국 선수 허제(왼쪽)를 바라보며 다른 선수들을 제지하는 듯한 손짓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웨이보 캡처]

16일(현지시간) 케냐 선수 윌리 응낭가트는 BBC 스포츠 아프리카에 "네 명의 주자는 허제가 중국 하프 마라톤 기록인 1시간 2분 33초를 경신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계약했다"며 "그중 한 명은 완주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모두 허제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로 고용됐던 셈이다. 응낭가트는 "제게는 경쟁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었다"라고 실토했다.

응낭가트는 "왜 제 가슴 번호에 '심박조율기'라고 표시하지 않고 제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며 "제 임무는 페이스를 조절하고 그(허제)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기록 경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허제는 이날 1시간 3분 44초의 기록으로 우승해 중국 하프 마라톤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당시 대회 영상을 보면 앞서 달리던 케냐의 로버트 키터와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는 결승선을 앞두고 붉은색 옷을 입은 허제 선수를 돌아보더니 속도를 늦췄다. 허제가 이들 가까이 따라오자 한 선수는 먼저 가라는 듯 손짓하기도 했다. 이어 허제 옆에서 뛰며 다른 아프리카 선수들이 앞서가는 듯 보이자 팔을 뻗어 이를 제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에티오피아 선수가 중국 선수 허제를 의식한 듯 다른 선수들에게 속도를 낮추라는 듯한 손짓과 허제에게 먼저 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엑스(X·옛 트위터 캡처]

이 모습에 승부 조작 논란이 일자 응낭가트는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라며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라고 승부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다른 두 선수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이 경기 영상을 두고 "가장 부끄러운 타이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중에게 발표하겠다"라고 전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베이징 하프 마라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맹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는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허제 선수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지난달 우시에서 열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 6분 57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중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올해 여름 파리 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