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지정 1년 연장, 2025년 4월26일까지
실거주 목적 매매만 가능, 갭투자 불가
오세훈 시장 "집값 하향 안정화 필요"
재산권 침해, 해제 요구 거세
재지정으로 시장 영향은 제한적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내년 4월까지 효력이 1년 연장됐다.

압구정 현대아파트_부동산 자료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17일 서울시는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4.57㎢ 구역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4구역이다. 이번 결정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은 내년 4월26일까지 1년 더 연장된다.

서울시는 "투기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구역 지정이 해제될 경우 투기수요의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거·상업·공업 등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지정한 구역을 말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허가받은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주택이나 상가는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하거나 영업을 하는 실수요자만 취득할 수 있다.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할 때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고 보유주택은 1년 내 매도해야 한다. 잔금 납부일도 3개월 내로 제한된다.

토지허가거래구역은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서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최장 5년 이내로 횟수 제한 없이 지정이 가능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1년 단위로 재지정 여부를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토부는 지난 2020년 5월 용산 국제업무지구 건립을 위해 용산구 이촌동과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일대는 다음 달 19일 지정 효력이 만료된다. 2020년 6월에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 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지 인근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은 오는 6월2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만료될 예정이다.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 시장 '하향 안정화'가 필요한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만료를 앞둔 지역들도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집값은 더 내려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투기를 막는 한편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도심지역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강남 같은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걸어두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원론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맞다"며 "과도하게 거래를 억제해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지정된 지역과 아닌 인근 지역 간 시세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압구정과 목동, 여의도 등은 정비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공급량이 많지 않은 지역이다. 재지정으로 인해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강남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플러스 변동률로 돌아선 상태고, 재건축과 개발 호재가 지속되고 있다"며 "자금조달계획서와 토지이용계획서 제출 의무, 실거주 의무 등의 부담이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 신규 주택 공급이 많지 않고 공급 희소성 등을 고려할 때 시장 리딩 지역으로의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부동산부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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