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3천곳 협박 '장염맨'은 30대 남성…갈취한 돈은 도박에 탕진

영업정지 신고 협박하며 금품 요구
전국 418곳에서 9000만원 피해
뜯어낸 합의금으론 인터넷 도박

실제로 음식을 먹지도 않았으면서 장염에 걸렸다며 협박해 전국 음식점들로부터 보상금을 받아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상습사기 혐의로 A씨(39)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각지 음식점에서 418차례에 걸쳐 9000만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휴대전화로 '전국 맛집'을 검색해 나온 음식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곳들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실제로 음식을 취식하지 않았으면서 "일행과 식사했는데 장염에 걸렸다", "배탈 나서 며칠째 죽만 먹었으니 죽값을 보내라", "왜 내 돈으로 약값을 내야 하느냐"라고 말하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업주가 망설일 경우 "손님 건강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상이 없으면 구청에 신고해 영업 정지를 먹이겠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음식점 업주 등이 "보험처리를 해주겠다", "언제 어디서 음식을 먹었냐"라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경우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전화를 받은 음식점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모든 시도에 걸쳐 3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가 걸린 업주들은 A씨에게 합의금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이체했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매일 10~20곳에 전화를 걸었다. 피해 업주들은 온라인상에 사례를 공유하며 A씨를 '장염맨'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경찰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겪었던 2020년에도 A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다가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한 것을 확인했다. 출소 후 두달여 만에 범행을 재개한 A씨는 하루 평균 10곳에서 최대 20곳의 음식점에 전화해 합의금을 편취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휴대전화 전원을 꺼 놓기도 했다고 한다. 또 출소 후에는 전화번호를 20여번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화번호 교체가 경찰 추적을 피하고 업주들의 항의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갈취한 합의금을 모두 인터넷 도박 자금과 생활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심남진 형사기동대 2팀장은 "만약 이런 전화가 걸려 오면 식사한 날짜와 시간을 물어보고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며 "음식점 내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실제 식사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라고 당부했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