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2027년까지 글로벌 빌트인 사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력, 디자인을 앞세워 빌트인의 본고장인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업체로는 중국의 하이얼을 꼽았다.
류 사장은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이하 MDW) 2024'에서 취재진을 만나 "유럽 시장은 AI 기능으로 더 편리한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올해 또 한 번의 성장 모멘텀을 맞았다"며 "북미 시장에서 이뤄낸 빌트인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1조'라는 의미 있는 사업 규모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의 빌트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212억달러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42%에 이른다. 하지만 밀레, 리페르 등 유럽 현지 브랜드들이 선점하고 있어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LG전자의 글로벌 빌트인 사업 매출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류 사장은 "그동안 해왔던 B2C 사업과 비교했을 때 규모로 보면 3년 내 1조원 목표는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B2B 사업 자체가 진입장벽이 크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장 속도가 더디다. 당연히 목표는 1조가 아니지만 보수적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 명품 가구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날 MDW 2024에서는 AI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측해 물, 수프, 소스 등이 넘치는 것을 막아주는 '끓음알람' 기능을 갖춘 프리존 인덕션, 내장된 AI 카메라가 재료를 식별해 130개 이상의 다양한 요리법을 추천하고 최적화된 설정을 제안하는 오븐 등을 선보였다.
류 사장은 "고객을 더 배려하고 공감하는 공감지능의 AI 가전과 혁신적인 현지 맞춤형 신제품으로 빌트인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IFA에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에 이어 '인스타뷰 오븐', '후드 일체형 인덕션' 등 보다 대중적인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을 공개한 바 있다.
류 사장은 "초프리미엄 시장에서 유럽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지메틱(Siemetic) 등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및 딜러망을 통해 고객에게 접근하며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유럽에서 지난해 대비 200%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볼륨존 제품군 역시 유럽 시장 매출이 지난해 대비 140% 수준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건축업체 등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제품이 빠르게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는데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업체가 어디냐는 질문에 류 사장은 중국업체인 '하이얼'을 꼽았다. 류 사장은 "좋은 제품을 출시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내놓는 것이 과거에 우리가 했던 성공방정식인데 중국이 이 방식을 빠르게 구사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마켓을 구성하고 있어 가장 견제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