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5년간 993개 급증…실적에 毒 되기도[문어발 확장의 덫]

②그룹 전체 흔드는 계열사 실적부진
5년간 급증한 대기업 소속기업
SK, 계열사 200개 넘기며 신기록

편집자주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소속기업 숫자는 지난 5년간 1000개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부터 문어발 확장 논란이 극심했던 카카오를 중심으로 그룹사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에 결국 분할되거나 그룹 전체가 무너지는 사례가 늘면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신규산업 진출과 문어발 논란 사이에서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 실태를 살펴봤다.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3000개를 넘어섰다. 불안해진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해 사업다각화에 나선 결과라고 하기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 일부 대기업들은 계열사의 손실이 그룹 전체의 실적까지 흔들 정도여서 과도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의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년간 대기업집단 숫자 22개 늘었는데…소속기업은 993개 급증

21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게재된 지난해 5월 기준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수는 82개, 이들의 소속기업 수는 3076개다. 2018년 이후 5년간 대기업집단 숫자가 60개에서 82개로 22개 늘어나는 동안 소속기업 수는 2083개에서 3076개로 993개나 늘었다. 매년 대기업집단을 발표하는 공정위는 다음달 1일 올해 새롭게 조정된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계열사 숫자를 급격히 늘려 몸집을 키운 곳은 SK다. SK 계열사 수는 2018년 101개에서 지난해 208개로 5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대기업 계열사 수가 200개를 넘어선 것은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문어발 식 사업 확장 비판이 쏟아졌던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 수가 2018년 72개에서 지난해 175개로 2.4배 이상 급증했다.

대기업이 계열사 설립이나 인수를 통해 신규 진출한 주요 업종은 부동산과 건설업 등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높았던 업종에 집중돼 있다. 기업분석업체인 리더스인덱스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자산상위 50대 그룹 계열 2177개사의 참여업종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진출한 업종은 부동산임대업(310개사)이었다. 이어 건축업(292개), 유통업(285개), 에너지업(233개), 서비스업(201개),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업(181개), 제조업(179개) 등의 순이다.

30대 그룹 절반은 계열사 확장 중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에서 한 직원이 야근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집계결과 30대 대기업 절반은 지난해 계열사 수를 확대했다. 경기침체 우려와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는 환경에서도 대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전년대비 계열사 수가 늘어난 곳들은 롯데(13개), SK(12개), 카카오(11개), 한화(5개), 현대백화점(5개), 포스코(4개), 삼성(3개), 현대자동차(3개), GS(2개), 영풍(2개), 농협(1개), 한진(1개), LS(1개), HDC(1개), HMM(1개) 등 15곳이다. 반면 계열사 수가 감소한 곳은 LG(-10개), CJ(-9개), 금호아시아나(-7개), HD현대(-4개), 하림(-5개), 미래에셋(-4개), 네이버(-3개), 중흥건설(-3개), 삼라마이더스(SM·-2개), 신세계(-1개), DL(-1개) 등 11개사였다. KT, 두산, 부영, S-oil 등 4개사는 계열사 수가 동일했다.

본사도 휘청이게 하는 계열사 실적 부진

26일 서울 남산에서 SK 사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본업과 상관 없이 부동산과 건설업 계열사를 둔 대기업이 많다 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고스란히 그룹사 전체 실적까지 흔들고 있다. 부동산 및 건축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시작된 계열사 실적 부진이 그룹사 전체 실적과 전략에 차질을 빚게 한 셈이다.

패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F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9007억원으로 전년대비 3.4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62억원으로 66.38%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계열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0.6% 감소한 85억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2022년에 코람코자산신탁의 영업이익은 906억원으로 LF그룹 전체 영업이익(1852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도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6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순손실도 1875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건설에서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 사상 가장 많은 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SK도 잦은 인수합병(M&A)과 급격히 늘어난 계열사들의 관리비용이 지주사의 누적적자를 키웠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9% 줄어든 5조563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 4063억원이 발생했다. 200개가 넘는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으로 이자 지급금액만 3조3086억원, 전년보다 54% 급증한 탓이다.

문어발 확장 논란이 극심했던 카카오의 경우에는 M&A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1조8166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업 인수비용에 들어간 돈이 기업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과정에서 그 회사의 순자산 가치보다 더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뜻하는 영업권 손상 처리 비용이 1조4833억원에 달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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