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金·달러’…추가 투자해도 될까[Why&Next]

글로벌 금융기관 “금 3000달러대로 뛴다”
환율도 1400원 터치 “1400~1500원 뉴 노멀”
다만 신규투자엔 “신중하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데 더해 하마스·이스라엘, 이란·이스라엘 등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金)·달러 등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 금 가격은 역사적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달러화 역시 이미 큰 상승폭을 기록한 만큼 신규 투자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이다.

돈 몰리는 '금', 이익실현 나서는 '달러 예금'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뱅킹(금 통장)을 취급하는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의 지난 12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60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5604억원) 대비 7.19%(403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제 금 시세는 역사적 고점을 거듭 경신하며 요동치고 있는 상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선물(6개월물) 시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트로이온스(T.oz)당 2000달러 안팎에서 횡보세를 보였으나, 3월 말엔 2254.80달러로 뛰더니 이번달 12일 기준으론 2374.10달러까지 상승했다. 15일엔 2400.70달러로 2400달러 선마저 넘어섰다.

같은 기간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5103억원에서 이번달 12일 기준 6007억원까지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계좌 수 역시 25만2000여좌에서 25만5000여좌로 늘어났다. 금값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단 전망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달러 예금은 줄어들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2일 기준 달러화 예금 잔액은 전월 말(507억8000만달러) 대비 3.44%(17억4900만달러) 감소한 490억3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64억3800만달러) 대비론 13.12%(74억700만달러)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환율은 견고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1289.4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월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난달 말엔 1346.80까지 올랐고, 이달 12일엔 1363.70원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환율변동에 따른 이익실현을 한 투자자가 많았음을 나타낸다.

반비례라는 금·달러의 동조화…새 투자는

통상 달러화와 금은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이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금의 양이 늘어 금값이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내리면 역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다.

달러화 가치는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1340원대에서 횡보하다가 4월5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해 16일에는 전날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으로 마감했다. 7거래일 동안 약 50원 상승한 셈이다. 2022년 11월 초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종가 기준 고점은 2022년 11월3일 기록한 1423.8원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일컫는 달러인덱스 역시 지난해 말 101.33에서 지난 12일 기준 106.04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배경엔 당초 연내 2~3회로 예측됐던 기준금리 인하신 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 등 지정학적 위기가 부상하고 있단 점 등이 꼽힌다.

최근 Fed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띠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춰 잡는 분위기다. 당장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3.5%를 기록했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매 판매 역시 예상치(0.4%)를 크게 뛰어넘은 1.1%를 나타냈다.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금리 인하가 더 지연될 수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념과 다르게 '역사적 고점'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는 금값 전망 역시 나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금값이 2700달러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금값을 3000달러대로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이런 금값 인상의 배경엔 '수요·공급'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한 해에만 1000t이 넘는 금을 사들이는 등 수요가 늘어난 반면, 주요 금 생산지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공급에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투기 열풍, 중동분쟁,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의 이슈도 금 수요를 진작하는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금·달러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 중이지만 현 단계에서 투자하는 데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나 자산가들은 금을 당장의 투자 대상으로 삼기보다 상속·증여 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면서 "향후 가격이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단 전망도 나오지만, 현 단계도 역사적 고점인 만큼 (신규 투자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주식 등 대안적 안전자산도 많다"고 전했다.

정 부센터장은 또 달러 예금에 대해 "Fed는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태세지만 한국은행은 높은 가계부채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향후 1400~1500원대가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이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현 가격은 (매수를 통해 수익을 내기에) 과도하게 높은 상황인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PB팀장도 "금이나 달러 모두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이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금값도 더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할 수 있지만, 거꾸로 중동정세 등 외부요인에 의해 빠르게 정상화될 수도 있는 변동성이 큰 시장인 만큼 섣부른 투자보단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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