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기자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대기업 구조조정 파트너로 불린다.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이하는 글랜우드PE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모펀드운용사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27억달러(약 3조7300억원) 이상 투자하고, 28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부나 자회사 매각에 나설 때 글랜우드PE가 구원투수로 나선다.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카브아웃딜(특정 사업부 매각 거래)에 장점을 가진 PE다. 주요 대기업집단과 끈끈한 신뢰관계와 철저한 보안 속에 딜이 이뤄지며, 투자 회수 주기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14명의 투자운용 인력이 글랜우드코리아 PEF1(4537억원)과 글랜우드코리아 PEF2(8878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경쟁사인 A사모펀드 대표가 "글랜우드는 요즘 손대는 것마다 잘 된다"고 평가할 정도로 사업 성과가 좋은 편이다.
글랜우드PE는 최근 CJ올리브영 지분 재매각으로 약 3700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기면서 IB 및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랜우드PE는 2021년 프리 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 방식으로 올리브영 지분 22.56%를 4100억원에 인수해 올리브영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IPO가 지연되면서 CJ그룹에 지분을 재매각했다. 글랜우드PE가 2021년 투자할 당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는데, 매각 당시 기업가치는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올리브영은 글랜우드PE 투자 이후 급성장했다. 2021년 2조1191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3조3612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49억원에서 347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CJ그룹 입장에선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글랜우드PE는 거액의 투자수익을 얻게 된 '윈-윈(win-win)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랜우드가 처음 올리브영에 투자했을 때는 범삼성가와 글랜우드PE 최고경영자의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랜우드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2남 1녀 중 막내아들인 이상호 대표가 설립해 운영하는 펀드다.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 전 부회장은 삼성-CJ 계열분리 당시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임명돼 이재현 CJ 회장(당시 상무)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이후 아들 세대에서는 이런 과거를 뒤로 하고 상호 이익의 비즈니스 딜을 하는 인연으로 탈바꿈한 것이 업계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골드만삭스 등을 거친 뒤 2014년 독립해 정찬(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정(최고투자책임자) 등 공동창업자들과 글랜우드PE를 세워 10년째 좋은 실적을 일궈내고 있다.
인수 대상 기업에 무리한 구조조정 없이 체계적으로 인수 후 통합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글랜우드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앞선 인수사례에서 투자대상 기업의 임직원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이 대기업 매도자 측이 최종 인수자로 글랜우드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업계에선 해석한다.
지난해 글랜우드는 LG화학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문)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글랜우드의 통합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글랜우드는 인수금 1500억원, 추가투자를 위한 500억원 증자를 병행해 총 2000억원에 LG화학 진단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글랜우드PE의 품에서 '인비트로스(Invitros)'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글랜우드는 인비트로스 인수단계에서부터 핵심 인재 이탈 최소화에 집중했다. 업계 특성상 연구인력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랜우드는 인수 과정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득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책임급 연구원 대부분이 인비트로스로 잡음없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비트로스는 1992년부터 진단시약 제품을 생산하는 등 국내 진단시장에 진출해 업력을 쌓아왔다. 특히 알레르기, 결핵 및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위한 체외 진단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랜우드의 또 다른 성과로 꼽히는 것이 한국유리공업과 PI첨단소재 매각이다. 글랜우드는 생고뱅코리아홀딩스로부터 2019년 3127억원에 인수한 한국유리공업의 지분 100%를 2023년 1월 LX인터내셔널에 5904억원(IRR 30.1%)에 매각했다. 2020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6069억원(지분 54.1%)에 인수한 PI첨단소재는 2023년 말 글로벌 화학기업 아케마에 9732억원(IRR 26.4%)에 매각했다. 이외에도 글랜우드는 동양매직(현 SK매직), 라파즈한라시멘트(현 한라시멘트), GS에너지 도시가스 자회사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 등에 투자해 성공적인 회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