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관계 정리하는 고려아연…영풍 '법적 대응도 불사'(종합)

고려아연이 최대 주주인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영업에 이어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종료한다. 영풍은 법적 소송을 포함한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

고려아연은 오는 6월 말 만료되는 영풍과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이다.

고려아연측은 황산 관리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시설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의 필요성,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당사 사용 공간이 부족 등 이유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 황산 탱크를 운영,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받은 40만t(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t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6년부터 자회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가 본격 가동, 연간 18.5만t 규모의 황산이 추가 생산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당사 배출량 외에 위험물질의 추가적인 외부 반입으로 인한 당사의 사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를 안전하게 산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기존 계약과 양사 간 지속돼 온 협력 관계를 고려해 영풍 측에 사전 통지와 동해항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 외에 영풍 측이 자체적인 황산 관리시설은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 기간을 주는 상호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지난 9일 영풍에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영업 종료를 통보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원료의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싼 가격으로 원료를 공동 구매해야 하는 데 따른 각종 부대비용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에도 수입산은 급증하는 등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제품에 따른 차별화된 영업,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황산의 보관과 취급을 대행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에서 황산을 취급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자체 보관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최근 공동 영업을 중단하는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종료에 따른 유예기간에 대한 사전 협조가 없었고, 오는 12월까지 자체적으로 시설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풍-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왔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 3세인 최윤범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영풍 장씨 일가 2세인 장형진 고문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중이다. 최근 고려아연 주총에서 이사회가 상정한 정관변경과 배당안건에 영풍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오너간 갈등이 불거졌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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