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일본이 지난달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유출되는 젊은 근로자들의 규모가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록적인 실질임금 하락세와 엔화 약세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일본인은 약 1만4398명으로, 200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일본인이 1만명을 돌파했다. 이들 대부분이 18세~30세 사이의 젊은 근로자들이다.
일본 노동력의 해외 유출은 워킹홀리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의 수는 57만4727명으로 198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타구치 하루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일본인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해외로 날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에서 젊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극심한 임금 격차가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평균 연봉은 4만1509달러로 호주(5만9408달러)와 미국(7만7463달러)에 크게 뒤졌다. 또 지난 30년간 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의 평균 연봉이 2.5배가량 상승한 반면 일본은 1.01배 상승에 그쳤다.
물론 지난달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 5.24%라는 기록적인 임금 인상률이 타결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의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해 23개월 연속 하락했고, 2023년 실질임금 또한 전년 대비 2.5% 떨어져 3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토추 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들이 임금을 인상하는 동안 일본의 임금은 20년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엔화 약세로 격차는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메이지 야스다 연구소의 기카와 유야 이코노미스트는 "젊은이들이 일본의 경제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들의 생활 여건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구 고령화에 직면한 일본의 인력난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으며, 테이코쿠 데이터뱅크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산 건수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만성적 노동 부족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외국인 노동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22년보다 12.4% 증가한 204만명을 기록했다. 일본은 내년 중으로 '외국인 신제도' 도입을 추진해 일정 수준의 일본어 능력과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의 이직 제한을 유연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