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조달청이 불합리한 킬러 규제를 개선해 공공조달을 통한 중소 조선업계의 성장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조달청은 지난해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공공선박 발주 제도 개선방안’의 이행상황을 점검, 추가로 계약 가이드라인 등 규정을 제정해 제도의 연착륙을 지원한다고 15일 밝혔다.
공공선박은 그간 수요기관이 관행적으로 설계 때 확정한 엔진, 추진체 등 주요 장비와 선박 건조를 통합 발주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선박 건조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주요 장비 비용까지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조달청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입찰가격 평가 산식을 개정해 올해 1월부터 적용했다. 공공선박 가격평가에서 주요 장비 가격을 제외한 선박 제조 비용만 평가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가격 평가 방법 개선으로 선박 제조 입찰에서 낙찰률은 종전 88%에서 91%로 높아졌고, 123개 중소 조선업체는 연간 165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지수조정률로 전환해 장기계약에 따른 선박 제조업체의 물가상승 부담을 완화한 것도 규제 개선의 한 축이다.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선 1300여개 유형의 자재가 필요하다. 이때 제조업체는 품목별 물가변동 입증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계약을 체결한 후 자재단가가 높아져도 계약금액을 증액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그간의 실정이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조달청은 계약금액 조정 방식을 ‘지수조정률’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선박 규모·유형별 비목별 지수 표준안’과 ‘선가 물가변동 조정률 산출표’를 마련해 지난 2월부터 나라장터에 공개했다.
이를 통해 선박 제조업체는 계약체결 때 계약금액 조정방식을 ‘지수조정률’로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선박 제조에 투입된 품목별 물가변동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조달청은 ‘공공선박 계약 가이드라인’도 제정해 이달부터 시행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요기관은 앞으로 공공선박을 발주할 때 기관이 미리 선정한 주요 장비의 규격과 특약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선박에 하자가 발생한 때는 수요기관과 선박건조사가 신속·명확하게 하자 원인과 책임을 합동으로 조사하고, 하자 규명에 필요한 비용은 팀원이 합의해 분담할 수 있도록 ‘하자공동대응팀’을 운영토록 했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공공선박 발주에서 중소 선박건조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도록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 민관이 상호 대등한 협력·균형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토대로 중소 선박 제조사가 공공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조달청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