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⑧크릿벤처스 '신기술·콘텐츠 접목…新수출영역 개척'

송재준 크릿벤처스 대표 인터뷰
"새로운 기술 접목될 때 콘텐츠 경쟁력 나와"
"AI·블록체인·XR 기술 주목"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같은 콘텐츠 분야라고 해도, '누가 새로운 기술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구현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싸워야 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크릿벤처스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송재준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의 콘텐츠 경쟁력과 관련해 한 말이다. 송 대표는 "한국은 스토리 중심의 접근 방식에도 강점이 있지만, 기술 중심의 접근에도 매우 탁월하다. 이에 따라 크릿벤처스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가 융합되는 지점'에 주목하고 투자하는 하우스"라고 설명했다.

송재준 크릿벤처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컴투스 계열 VC…"게임과 K팝, 미디어 콘텐츠 투자"

크릿벤처스는 국내 게임사 컴투스 계열의 VC로 2020년 8월 설립됐다. 당시 컴투스 대표였던 송 대표가 자본금 대부분을 출자했다. 총 운용자산(AUM)은 한국 2240억원, 미국 등 해외 260억원 규모다. 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컴투스 등 주요 기관투자자(LP)로부터 출자받아 6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주로 투자한 분야는 ▲게임 ▲K팝 ▲미디어 콘텐츠 등이다. 컴투스와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게임 영역에선, 최신 엔진 기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작사인 '게임테일즈', 서브컬처 장르의 모션 그래픽 기술이 강점인 '브이에이게임즈' 등에 투자했다. 현재 컴투스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CIO)를 겸하는 송 대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FI)에겐 게임 업계의 대형 신인 회사에 투자할 기회가 적은데, 전략적투자자(SI)인 컴투스와 협력해 투자를 진행하면서 FI로서도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다른 VC와 비교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K팝 분야에선, 음악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차트메트릭(Chartmetric Inc.)'에 투자했다. 송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각 음악 플랫폼에 분산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모으고 분석해 준다"며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차트메트릭의 계정을 구매해 데이터와 트렌드를 받고, 토대로 시장과 경쟁자의 음악을 분석할 수 있다. 연 매출이 100억원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음원과 음반으로 구분된 시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뮤즈라이브'도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초음파 근거리 통신 기술(U-NFC)을 접목한 키트형 앨범을 스마트폰에 가까이 대면 앱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최근 환경 오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CD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콘텐츠테크놀로지스'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음원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금융을 통합해 'K팝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 증권 거래소에 최초로 상장시킨 곳이다.

미디어 영역에선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의 제작사로 유명한 '갤럭시코퍼레이션'에 투자했다. AI와 메타버스 등 기술을 예능 콘텐츠에 적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끄는 회사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등도 크릿벤처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크릿벤처스 사무실과 선정릉이 보이고 햇볕 잘 드는 창가 회의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AI·블록체인·XR이 만들 생태계 주목… 한국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할 것"

크릿벤처스는 고금리 등 영향으로 VC 업계에 투자 혹한기가 불어닥친 지난해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2년간 누적 투자 금액인 7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도 신규펀드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VC는 통상 투자하고 약 8년 안에 회수하는데, 우리를 둘러싼 경제 상황과 사이클은 그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며 "지난해와 올해가 오히려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 다른 곳들이 투자를 망설여 경쟁이 줄면서 합리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투자를 리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회수금액은 90억원이다. 업력에 비교해 기록적인 실적이다. 1호 투자 포트폴리오인 게임사 '밸로프'는 2022년 말 코스닥 스팩(SPAC) 상장한후 지난해 최종 회수를 완료해 크릿벤처스의 첫 번째 회수기업이 됐다. 우주 분야 스타트업 '컨텍', 온라인 가구 유통기업 '스튜디오삼익' 등도 각각 지난해 11월,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1년 투자한 스웨덴 게임사 '스노우프린트(Snowprint)'와 실리콘밸리 기반 제조데이터 플랫폼 '글래스돔' 등도 2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송 대표는 향후 주목해야 할 기술 분야로 최근 글로벌 빅트렌드로 부상한 'AI',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다시 주목받는 '블록체인', 애플 비전프로와 메타 퀘스트의 출시로 경쟁이 본격화된 '확장현실(XR)' 등 3개를 꼽았다. 그러면서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에선 모든 사업 부문에 1등 사업자가 나와 있다. 부문마다 시장이 만들어져 있고, 관련 앱도 다 만들어졌다"며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또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 유니콘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주도권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가져갈 확률이 높지만, 콘텐츠에서의 주도권은 한국이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과 수출을 할 수 있게 돕고 해외자본들도 많이 들어올 수 있게 하면, 새로운 국부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미디어와 음악, 게임 등 콘텐츠를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접목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일 새로운 투자방식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로82(hello82)'다. 지난해 12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보이그룹 에이티즈에 대한 현지 유통 및 프로모션을 책임진 스타트업이다. 하이브·에스엠(SM)·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JYP Ent.) 등 4대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중소 기획사 KQ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만들어 낸 성과였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창업자 함께 가려고 한다. 동시에 크릿벤처스 또한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방식으로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VC들이 하지 않은 투자 방식과 분야에 도전하고, 새로운 투자기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준 크릿벤처스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증권자본시장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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