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정담]'벤처기업 글로벌화' 숙제…규제 없애려면 발로 뛰어야죠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 인터뷰
벤처기업 '글로벌화' 강조
벤처·스타트업 성장 위해 규제 걷어야

"해외 출장을 가서도 틈틈이 걷습니다. 우선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휴식을 취하면 외려 시차가 안 맞아 호텔 체크인 후에 피트니스센터를 찾죠."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에게 운동은 경영 활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 1년 중 4개월 가까이 해외 출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이 일정을 소화하는 데 체력 관리는 필수다. 박람회나 전시회 등이 있는 기간에는 호텔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에서 땀을 흘리다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에서 온 최고경영자(CEO)들과 교류하기도 한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위성통신 안테나·솔루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의 일에, 최근에는 벤처기업협회의 업무까지 더해져 해외 출장 횟수는 더 많아졌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벤처기업협회가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협회가 민다고 저절로 우리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손잡고 벤처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해외 현지의 인증과 규제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진출 수요가 높은 지역의 애로 사항을 조사하고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미션을 위해 발로 뛰는 성 회장은 국내에 있을 때도 꾸준히 체력을 비축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걷고 수영을 한다. 수영장에선 25m 레일을 20~30바퀴 돈다. 업무 시간에도 틈틈이 주변을 걷는다.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의 벤처기업확인기관 인근 선정릉을 1주일 전 미국에서 돌아온 성 회장과 함께 걸으며 우리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보정담-성상엽 (사)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벤처기업협회장 취임 이후 우리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본질은 글로벌 사업을 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기업가 정신이다. 지원에 앞서 벤처기업이 글로벌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많은 회사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일본 등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토양은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이 더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은 해외에 조직을 갖추기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손잡고 각국 공관에서 기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중요하고 큰 변화다.

-재외공관이 기업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데 있어 앞으로 벤처기업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개별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제가 다르고, 노동법이 다르고 금융도 다르다. 공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실질적인 지원이다. 특히 기술 집약적이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벤처기업의 속성상 단순 수출보다 현지 기업과의 기술 협력 및 사업 제휴의 필요성이 강하다. 이에 벤처기업협회는 외교부에 글로벌 앵커기업 발굴 및 추천, 글로벌 투자자 추천, 해외한인기업인 추천을 요청했다. 외교부 해외공관이 보유하고 있는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벤처기업과 협업 수요가 있는 현지 주요 기업과 프로젝트를 추천하면, 벤처기업협회는 해당 기업과 협업이 가능한 국내 우수 벤처기업을 매칭해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고 우수 사례를 공동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해외의 글로벌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싱크탱크’에 대해서도 얘기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뉴패러다임이 화두다. 미국과 독일, 인도, 중국 등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주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국내 혁신벤처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기초 도안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협회 내 정책연구팀을 통해 민간 전문가들과 협조해 벤처 전담 싱크탱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리 벤처기업이 좁은 내수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많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새로운 산업 분야로 진출하려는 벤처기업들이 불필요한 진입 규제들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는 일반 소비자와 국민을 보호하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규제들은 벤처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일례로 최근의 법률, 세무, 의료산업 등에서의 전통 기득권 세력의 전방위적 견제로 새로운 모델의 서비스를 시도하는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진입 규제와 신구 산업간 규제 갈등 완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창업이 활성화되고, 활발한 신산업 진출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만보정담-성상엽 (사)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규제와 관련해서는 새롭게 구성된 국회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개별 기업이 헤쳐나가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로톡, 닥터나우, 삼쩜삼 이런 데가 있다. 몇 개 기업이 버티면서 하고 있다. 신산업을 막으면 그 폐해는 국민에게 간다. 다른 예로 전 세계 어딜 가도 우버가 다 된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불편을 느낀다. 우버가 되면 관광이 더 좋아진다. 우버가 어떻게 성장을 했는가를 보면 전 세계에 똑같이 규제가 있었다. 처음부터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규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한국은 아예 가로막고 있으니 이 규제를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과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유니콘이 되고 글로벌로 가서 성공할 수 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벤처·스타트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기술을 내놨을 때 어떤 식으로 이게 산업을 키울 수 있냐를 봐야 한다. 규제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기업도 있고 정부도 있고 또 직역 단체도 있다. 조화롭게 전향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좀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다. 중기부에서는 올해 투자 시장이 개선될 거라고 얘기를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도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과거보다 밸류에이션을 낮게 하고, 수익성이 있는 회사를 원한다. 투자받기 더 어려워지고 잘 되는 데만 투자가 몰린다. 결국은 펀딩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모태펀드 벤처 투자는 굉장히 성공적인 제도다. 더 예산을 확보해서 내년에 늘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민간모펀드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세금 조금만 줄여주는 효과로도 충분히 펀드들이 커진다. 이런 제도들을 더 보완해서 투자에 대한 공급을 늘리면 좋겠다.

-국내 벤처기업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관련 인력 확보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협회 차원의 대책이 있다면 듣고 싶다.

▲지난해 벤처기업 267개 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 기업의 36.0%가 기업 경영 애로사항으로 ‘연구·개발(R&D) 등 전문 인력 유입 문제’라고 답했다. 벤처기업의 핵심은 기술력으로, 인재 확보가 중요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존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게 하는 정책이 없다. 국내외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의 인식이다.

우선 글로벌 기술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인도, 베트남 등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 정원을 확대하고, 코트라(KOTRA)의 비자 추천 권한을 벤처기업협회 등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 또 공급이 부족한 ICT 및 SW 전문가 양성과 산업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 정원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권 대학의 SW 등 첨단분야 학과의 경우는 정원 총량 규제 적용을 예외하고, 대학 자율에 맡겨 학과별 정원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재의 근속 유지를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성과조건부주식제도와 같은 주식 보상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사이익 비과세특례, 행사이익 납부특례, 행사이익 과세특례 등도 도입해야 한다.

-지난 2월 벤처기업협회 회장 취임 1년이 됐다.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이나 정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적 성과는 ‘벤처기업법 항구법화’다. 벤처기업법은 1997년 특별법으로 만들어져 ‘10년 한시법’으로 유지돼 왔다. 조세특례나 스톡옵션, 인수합병 등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제도가 담겨 있기에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법 연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벤처기업들과 시장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 이 법의 항구법화로 국회와 정부에서 벤처 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벤처 육성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벤처기업들이 여러 지원제도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복수의결권 통과도 기억에 남는다. 반대하는 국회의원도 많아서 설득을 위해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법이 완벽하지는 않고 아직 제약이 좀 많긴 하지만 이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협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혁신벤처 생태계 조성과 벤처기업의 성장에 힘이 되겠다.

만보정담-성상엽 (사)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1972년 출생/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액센츄어 컨설턴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 인텔리안시스템즈 대표이사/ 학교법인 청원학원 이사장/ 벤처기업협회 수석 부회장/ 벤처기업협회 회장

바이오중기벤처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바이오중기벤처부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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