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지난 4일 시작된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의 방중 일정 가운데 현지인들의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은 '식음(食飮) 일정'으로 요약된다. 옐런 장관이 중국의 주요 간부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9일 중국 현지매체인 중화망은 옐런이 전날 베이징에서 방중 기자회견을 마친 뒤, 현지의 대표적인 번화가 싼리툰에서 한 수제 맥주 전문점(京A)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쁜 일정을 마치고, 스스로에 대한 보답으로 술집에서 맥주를 맛보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며 "그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며 사적인 일정을 대중에게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장면은 옐런 장관이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등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다. 그는 약 30분간 맥줏집에 머물렀으며, '페이취안(飛拳·펀치)'이라는 이름의 인디아 페일 에일(IPA) 맥주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망은 "수제 맥주를 마신 뒤 옐런은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련 소식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인기 검색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중국인들은 이 같은 일정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무원은 그의 솔직한 모습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과, "정부 관료로서 이미지와 언행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4일에도 중국 광저우에 도착한 옐런의 첫 일정으로 그가 톈허지구의 한 광둥요리집에서 식사를 했다는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이후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쓰촨식당을 방문했다고 공개했다. 베이징의 식당에서는 쓰촨새우와 마파두부, 단단몐 등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요리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촨반찬팅은 12개의 메뉴를 모아 '옐런 세트메뉴'를 만들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에도 윈난 음식 전문점과 베이징카오야(오리구이) 식당을 각각 찾아 관련 음식을 즐겼다. 윈난 음식점에서는 옐런 장관이 주문했던 음식을 모아 별도의 메뉴로 만들고, 그 이름을 '재물신(財神) 메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