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1년 유예안에 대해선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학교별 배정을 발표한 상황에서 증원 방침을 되돌리면 또 다른 혼란이 예상된다"면서도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은 대학별 준비 작업을 거친 후 통상 5월 하순 공고되는 대입전형 수시 모집요강에 반영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선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1년 유예안에 대해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한 것은 아니고 일단 증원 방침을 잠시 중단하고 추가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는 하겠다. 다만, 현재로서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렇게 결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강경했던 입장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답변으로 이해될 수 있어, 의대증원 계획이 1년 유예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의대 정원의 경우,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면서 "1년 유예안의 향후 검토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박 차관은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재차 "의대증원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해 1년 유예가 가능하며 의대 증원 축소 주장에 대해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까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 보도됐다"면서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오전에 '내부 검토는 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그는 "모든 가능성(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은 오랫동안 검토를 해서 결정한 숫자이기 때문에 그 결정을 바꾸려고 하면 그에 합당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또 통일된 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를 벗어난 다른 제안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선 실질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총선 이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고 요구할 예정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년을 미루고 (의대 증원 규모 등을) 정확히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