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빅3' 선택과목 국제거래·환경·국제법에 응시자 82.5% 편중

로스쿨 선택과목 전임교수, 11년 전보다 감소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가운데 국제거래·환경·국제법 등 학업 부담이 적은 이른바 '빅3' 과목에 응시자의 82.5%가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지식재산권·조세·경제법 등 나머지 과목들은 실무에서 수요가 많음에도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이 잇따르고 있다. 특성화 분야 교육이 약화하면서 다양한 전문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출처=법률신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제12회 변호사시험 전문분야과목(선택과목) 응시자는 △국제거래법 1559명(47.9%) △환경법 744명(22.9%) △국제법382명(11.7%) 순으로 많았다. 이들 세 과목의 응시자 수를 합하면 2685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82.5%에 달한다. 이는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 '빅3' 응시 비중인 46.8%(780명)보다 35.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빅3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전문분야 응시생은 △경제법 25명(7.9%) △노동법 138명(4.2%) △지식재산권법 103명(3.2%) △조세법 71명(2.2%) 순으로 각각 10% 미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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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에 응시자가 몰리는 이유는 이들 과목의 학습 분량이 적어 민사법·형사·공법 등 다른 과목의 학습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수험전략적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로스쿨생은 "선택과목은 사례형으로 치뤄지기 때문에 출제되는 중요 쟁점이 한정되어 있다"며 "학교에서 국제거래법이나 환경법을 1학기(15강) 수강하는 것보다 학원에 개설된 최종정리 강의(5강)를 하루 만에 듣는 것이 수험에는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과목에 대한 쏠림 현상은 결국 법률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는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교육 다양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다양한 법적 이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공정하고 효과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선택과목의 교육부실과 응시편중으로 인해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수가 부족해지게 되면 이들 분야 법률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사법 등 학습 시간 확보하자”… 분량 적은 과목에 몰려

선택과목 가운데 국제거래·환경·국제법 등 시험부담이 적은 '빅3' 과목에 응시자가 편중되는 것은 한국 로스쿨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로스쿨 제도 도입 초기 선택과목으로 편성된 법학 분야는 아예 응시과목에 못 들어온 공익인권, 기업금융, 부동산, 젠더법 등 여타 학문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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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열두번의 변호사시험을 거쳐오면서 특성화 교육의 최후 보루였던 7개 선택과목들마저 ‘준비시간 대비 합격률’이라는 수험 논리에 따라 줄세우기를 당하고 있다. 특히 국제법, 노동법 등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을 가르치는 로스쿨 교수의 숫자가 10년간 4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협의회(이사장 이상경)에 따르면 지난해 법학 선택과목 전임교수는 194명으로 2012년 233명보다 16.7% 감소했다. 과목별로는 △국제법 13명 △노동법 8명 △조세법 7명 △환경법 4명 △국제거래법 3명 △경제법 3명 △지식재산권법 1명이 줄었다.

로스쿨협의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갈수록 부실해지는 로스쿨 교육 환경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규모가 작은 로스쿨에서는 헌법 교수가 노동법, 행정법 교수가 환경법을 함께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선택과목만 전담하는 로스쿨 교수는 14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선택과목 교육이 약화되면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실무자 양성 효과를 감퇴시킬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수업은 변호사시험과 연관이 적을수록 교육효과가 크다" 며 "변호사시험에 관련되거나 도움 되는 과목만 수강하는 것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개발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취업에도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택과목을 변호사 시험 대신 로스쿨 졸업 요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험을 위한 벼락 수강을 막고 특성화 과목 교육을 내실화해 궁극적으로 실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현재 서울대 로스쿨이 △공익인권 △국제법무 △조세법 △지식재산권법 등 9개 전공인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졸업 필수 요건이 아니어서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다"며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전공 인증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설정한다면 학생들은 변호사가 된 후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고 선택과목 시험 부담도 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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