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세계는 현재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고, 이에 발맞춰 일본의 안보 정책도 근본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계속되는 중동 갈등, 일촉즉발의 동아시아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일본의 방위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일 동맹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워싱턴의 초당적인 지지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0일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 의회 합동회의 연설과 미·일·필리핀 3국 정상 회담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CNN은 이 같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행보는 일본의 평화주의 노선 탈피를 암시한다고 짚었다. 2021년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2027년까지 일본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국방 태세의 대대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동아시아 국가를 둘러싼 "심각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이웃 나라 중에는 암암리에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도 있고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무력으로 현상 유지를 깨뜨리려는 시도도 있다"며 "이에 대응해 일본이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 동맹국들을 위해서도 필수적임을 미국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도 이번 미·일 정상회담이 북한의 무기 실험, 급성장하는 러시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양국의 동맹을 현대화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지도자들의 국정 운영 능력과 외교 역량도 심판대에 올랐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자민당 스캔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 또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불안정한 정세를 마주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정권 교체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일본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국민들이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오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당초 회동은 8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만 문제 논의가 확실시되는 바이든 대통령·기시다 총리 정상회담을 견제하기 위해 10일로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