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취임 1년...BOJ, 이제 '엔저와의 전쟁'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9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장기간 이어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에 마침표를 찍고 통화정책 정상화를 본격화했지만, 34년 만에 최저치까지 밀린 ‘슈퍼 엔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우에다 총재 체제에서 지난 1년간 엔화 가치는 13%가량 떨어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우에다 총재 체제의 가장 큰 성과로 10년 이상 이어진 전임인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시절의 ‘이차원적 완화(양적완화와 질적완화의 병행)’를 해체한 것을 꼽았다. 또 그 부산물로는 엔저가 가속한 점이라고 짚었다. 지난 5일까지 1년간 엔화 가치 낙폭은 13%에 달한다. 이는 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역대 BOJ 총재 11명을 통틀어서도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신문은 "일본을 오랜 기간 괴롭힌 엔고의 역사는 과거가 됐다"면서 "새로운 엔화와의 싸움(엔저)을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환율제하에서 임기 1년간 엔화 가치가 떨어진 BOJ 총재는 우에다 총재 외에 단 3명에 불과하다. 특히 우에다 총재의 임기 1년간 엔화 가치 낙폭은 초완화 통화정책을 펼쳤던 구로다 전 총재(-7%대)보다 크다.

지난해 우에다 총재가 취임하자 현지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통화완화정책을 점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우에다 총재 역시 취임 장기금리를 제어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이 부분이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를 것임을 예고했다. 결국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YCC 폐지는 물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엔화 환율, 은행 리스크 등이 관건으로 꼽혔다. 신문은 "우에다 총재가 경제,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환율보다 채권시장의 안정성을 우선시했다"면서 "취임 초기에는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하는 등 엔저 대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견조한 경기지표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달러를 지지하며 엔화 가치를 더욱 밀어 내렸다. 월가에서는 Fed가 연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은 앞서 34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52엔에 육박했다가 소폭 내린 상태다.

신문은 "고유가, 교역환경 악화, 엔저 가속화 등이 맞물린다면 ‘엔저 악재론’이 다시 한번 대두될 수 있다"면서 "엔저와의 전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에다 총재 2년 차 이후의 주요 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OJ 총재의 임기는 5년이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노코멘트"라며 "환율 동향이 임금과 물가 순환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 같으면 금융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