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일본이 3월 봄철 임금 협상(춘투)에서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달성한 것이 반쪽짜리 성공이란 평가가 나왔다. 일본 전체 근로자의 80%는 임금 인상의 혜택에서 배제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상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일본국제노동재단(JILAF)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춘투 평균 임금 인상률은 33년 만의 최대 폭인 5.28%를 기록했지만, 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는 근로자는 일본 전체 근로자의 16.3%(약 70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상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5.28%란 수치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다. 중소기업만 분류하면 평균 인상률은 4.42%로 전체 평균보다 0.86%포인트 낮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상률 차이는 0.35%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CNBC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일본 중소기업들의 낮은 노조 가입 비율을 지적했다. JILAF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수 1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직원의 39.8%가 노조에 가입했고, 이들이 전국 노동조합원의 67.3%를 차지했다. 반면 직원 수 100~999명 규모 기업의 노조 가입률은 10.2%에 불과했고, 99명 미만 기업의 경우 0.8%에 그쳤다.
자산 관리 그룹 컴지스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리차드 케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춘투는 일본의 대기업 등 일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일본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2%를 상회하는 일본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앞으로 실질임금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고 매체는 짚었다.
그러나 일본 중소기업의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일본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케이 오카무라는 "당장은 엔화 약세로 호실적을 거둔 대형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임금 인상을 단행하면 곧 중소기업으로 낙수 효과가 확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BOJ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이 긴축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