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급등에…한 달 새 예·적금 10조 줄어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새 1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기준금리(3.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가상자산 시장, 주식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908조406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919조4705억원) 대비 11조638억원(1.20%) 감소한 수치다.

각각을 뜯어보면 정기예금의 경우 877조71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조1791억원(1.04%) 줄었다. 정기적금은 31조3357억원으로 1조8847억원(5.67%) 감소해 상대적인 낙폭은 더 컸다.

3월 주요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이 줄어든 일차적 원인으론 계절성 요인이 꼽힌다. 3월엔 이사·입학 등 주요 이벤트가 몰려 있는 만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자연스레 확대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상자산·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초만 해도 1BTC당 4만4172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중순 7만1475.90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61.81%의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지난달 29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억100만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식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중순 2435.9까지 밀렸던 코스피(KOSPI)지수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지속 상승하더니 3월29일엔 2746.63을 기록했다. 부동자금도 증시를 향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50조7434억원에 머무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월 말엔 54조3356억원으로 급증했고, 3월27일엔 55조323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외 일부에선 기업의 예·적금 잔액 감소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가 악화하고 상대적인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선제적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예금을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권 설명이다.

반면 예·적금의 매력은 반감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종료를 시사하면서 시장금리가 안정화된 데 따른 영향이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45~3.55%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대 안팎을 유지한 예금금리가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최고 연 3.60%까지 제시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의 추이를 보면 코스피나 금(金)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한 자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예·적금 잔액은 월별로 변동폭이 큰 만큼 이런 추이가 지속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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