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에서 낫 휘두른 남성, 경찰 귀가 조치 시킨 이유

경찰 "사건 경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임의동행"

전남 고흥군 공용 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을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시켜 피해자 측이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등을 종합하면, 전남 고흥경찰서는 흉기로 시민들을 위협한 혐의(특수협박)로 4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특수협박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하는 범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 위협 용의자가 택시 승강장에 서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지난 29일 오후 5시30분쯤 고흥군 도양읍 녹동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농기구로 사용되는 낫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택시를 타고 범행 현장을 벗어나던 A씨를 붙잡았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기구를 지닌 것도 확인했다. 이후 A씨는 "농사용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출동한 경찰은 결국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못했다. 또 임의동행 형식으로 인근 지구대로 데려와 인적 사항과 주거지 등을 확인하고 귀가시켰다.

경찰이 A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귀가시키자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특히 사건 당일 A씨에게 흉기 위협을 당했던 B(16)군은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A씨를 마주쳤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B군은 "일행과 대화하고 있는데 A씨가 조용히 하라면서 흉기를 꺼내 들고 저에게 다가왔다"며 "주변 사람들은 다 도망가고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했다. 다행히 다치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연히 (A씨가) 경찰서에 잡혀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음 날 길거리에서 마주쳐 많이 놀랐다"며 "살인미수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군 측은 국민신문고에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민원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사건 당시 신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건 경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고,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임의 동행한 A씨를 더 붙잡아 둘 수 없었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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