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파묘 열풍③]베트남도 믿고 보는 최민식·유해진

베트남 극장가의 과도기 불투명성 극복
뜨란 도안 모킹버드 픽처스 부대표 인터뷰
"번역에 공들여…신앙 자료까지 검토해"

베트남 젊은이들에게 영화는 익숙한 문화다. 그만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롭다. 사전에 감상평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래서 한국처럼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과도기다.

'파묘'는 복잡하고 엄격한 기준을 너끈히 통과했다. 개봉 열이틀째인 지난달 26일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육사오'가 2022년 세운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225만 명)을 갈아치울 태세다.

1분기 박스오피스 성적은 2위. 1위 '마이'는 넘보기 어렵다. 650만 명 이상을 동원해 역대 베트남 최고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 '파묘'는 '마이'의 기세가 사그라질 무렵 개봉해 극장가를 점령했다. '쿵푸 팬더 4', '듄: 파트2' 등 경쟁작을 가볍게 제치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현지 배급사 모킹버드 픽처스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뜨란 도안 부대표는 아시아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많은 관객 수보다) 새로운 과도기의 불투명성을 극복해 뜻깊다"고 밝혔다. "정말이지, 굉장한 작품이다. 연출, 연기, 내용 모두 훌륭한데 한국과 베트남 간 문화·종교적 유사성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가장 놀랍다."

도안 부대표는 판권을 구매하기 한참 전부터 한국 뉴스 등을 확인하며 '파묘'에 주목했다. 베트남에서 이야기가 통할지를 두고 직원들과 장기간 논의했다. 관련 조사까지 착수할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풍수지리, 무당, 염 등 한국 특유 문화. 파묘(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냄) 자체는 현지인에게 친숙한 종교적 행위이나 굿, 주문, 술법 등의 이질감이 커 보였다. 도안 부대표는 그것들이 유발하는 호기심과 역사적 배경 등이 관객에게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던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베트남에 샤머니즘이 없어 우려됐다"면서도 "문화 저변에 조상 숭배라는 익숙한 개념이 있어 관객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문제없고 공감할 여지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교한 번역을 위해 한국어 대사 내용과 쇼박스(한국 배급사)에서 제공한 영어 번역본을 모두 참고했다"며 "신앙 등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어휘를 검토하고, 영화가 내포한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예상하고 공을 들인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에 내심 기대감이 부풀었다. 도안 부대표는 "기존에 가진 정보만으로는 홍보 프로모션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다른 나라 흥행 소식은 가뭄 끝에 내리는 빗줄기 같았다"며 "마케팅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분위기를 띄웠다"고 복기했다.

그가 생각하는 흥행 동력은 하나 더 있다. 바로 '파묘' 주연들이다. 하나같이 베트남에서 인지도가 높아 많은 스크린 확보를 자신했다. "이도현은 베트남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배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 봐도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김고은도 그동안 보여준 빼어난 연기로 현지인들에게 신뢰가 쌓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파묘'를 완성한 건 베테랑 최민식과 유해진이다.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완성도부터 다르다. 그냥 믿고 보면 된다(웃음)."

문화스포츠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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