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배후' 지목된 이슬람 조직…'푸틴의 무슬림 탄압 불만'

ISIS-K, 테러 배후일 가능성 높아져
전문가들 “IS는 몇 년간 푸틴에 불만 키워”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이 체포됐다. 이들의 배후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ISIS-K)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타스, 스푸트니크통신 등 러시아 현지 매체는 2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테러에 직접 가담한 용의자 4명을 비롯해 11명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FSB는 공격을 감행한 용의자들의 공범과 배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 테러와 대형 화재가 일어난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에 23일 사망자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에 위치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무장 괴한들에 의해 무차별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 총격 직후에는 방화로 추정된 대형 화재도 발생했다. 이날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9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부상자는 146명 이상이다.

공격 직후 ISIS-K는 “IS 전투원들이 모스크바 외곽을 공격해 수백 명을 죽이고 부상을 입혔다”며 자신들이 배후임을 자처했다. 미국 정부도 이번 공격이 IS 소행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ISIS-K는 IS에서 가장 활동적인 지역 분파로, 2014년 말 아프간 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호라산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간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이들은 극도의 잔혹 행위로 이름을 떨치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조직원 수는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했고, 현재는 변변한 세력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은 “ISIS-K의 러시아 테러가 갑작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이 단체는 최근 몇 년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키워왔다”고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간) 테러로 불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반테러 연구기관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의 설명을 인용해 "ISIS-K는 러시아의 무슬림 탄압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ISIS-K는 러시아가 정기적으로 무슬림 탄압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도 미 뉴욕타임스(NYT)에 “ISIS-K는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 집착했다”며 “러시아의 아프간, 체첸, 시리아 개입을 언급하면서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 선전을 해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무슬림 단체에 공격받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가 추락했을 당시에도 IS가 소행을 자처했고, 추후 폭파 장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테러로 대부분이 러시아인인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 2017년 15명이 사망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 역시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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